여성가족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은 '2018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하나로 서울YWCA와 함께 웹툰에 대한 모니터링 실시한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10월 17~23일 온라인 플랫폼에 연재되는 웹툰 작품 중 조회 수가 높은 36편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웹툰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 연령대는 청(소)년층이 전체 272명 중 203명(74.6%)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내용 분석 결과 성차별적 내용이 45건으로 성평등적 내용(9건)보다 약 5배 가량 많았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 사례 일부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한국만화가협회에 심의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A웹툰에서는 고등학교 성교육 시간 중 피임기구 사용법을 가르쳐 주는 장면에서 학생들이 아무런 맥락 없이 내뱉는 "앙 기모찌"라는 표현을 통해 여성을 성적으로 희화화했다.
해당 표현은 일본 성인비디오 영상물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으로, 청소년 시기에도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하고 소비하는 행태를 표현하고 있다. 명백히 여성 혐오 표현에 해당하는 말을 아무런 비판적 설명이나 맥락 없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B웹툰은 여성 인물이 옷에 묻은 생리혈에 대해 걱정하자 남성 인물이 자신의 옷으로 가려주는 장면을 그렸다. 이때 전후 상황을 모르는 친구들이 남성 인물을 놀리며 "아껴뒀다 꺼내먹겠단 소리같은데"라고 말하는 등 여성을 먹는 음식에 비유하며 대상화했다.
C웹툰은 외모에 자신감이 없어 외출할 때 반드시 짙은 화장을 하거나 화장을 해야만 학교에 가는 여성 인물을 설정했다.
D웹툰에서는 여성 인물이 뚱뚱한 외모 때문에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거나 놀림감이 된다는 연출을 통해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했다.
E웹툰에서는 여성 인물이 남성 인물(전 남자친구)을 회상하는 장면을 통해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웠다고 오해하며 홧김에 여성을 때리는 장면까지 보여줬다. 이는 분명 '데이트 폭력'에 해당됐지만,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전후 맥락은 제시하지 않은 채 폭력에 해당하는 장면만을 나열했다.
F웹툰은 여성이 의경으로 복무하는 설정을 통해 조직 내 가혹행위 및 부조리를 보여주는 서사를 가지고 있으나, 위계에 의한 (성)폭력 장면을 연출하면서 폭력을 가능하게 한 구조적 측면을 보여주기보다 여성의 신체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선정적으로 표현하며 성적 대상화하는 데 치중했다.
양평원 관계자는 "웹툰은 일상에서 누구나 쉽게 즐기는 구독물로 비판적 사고가 결여되면 작가의 편향된 시각을 그대로 받아들일 우려가 크다"며 "특히 웹툰의 경우 전체관람가와 성인물 두 개의 분류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번 모니터링을 통해 발견된 성차별·폭력적 장면들은 어린이·청소년도 제한없이 볼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작가의 창작권 및 독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되 혐오표현과 성차별적 내용 등이 무분별하게 생산·노출되지 않도록, 사회적 관심과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