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용사·부사 한마디 한마디가 살얼음판...불확실성 커지는 ‘파월 시대’

입력 2018-12-21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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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의장이 2018년 12월 1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후 기자 회견 중 눈을 감고 있다. EPA연합뉴스
산타 랠리가 실종된 연말 증시에서 유일한 호재로 기대됐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완화적인 메시지가 기대에 못 미치면서 시장에 파장이 커지고 있다. 비난의 화살은 오롯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 돌아가고 있다.

연준은 18~19일(현지시간)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치고 낸 성명에서 기준금리를 2.25~2.50%로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추가로 점진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는 긴축 신호를 보냈다. 파월 의장은 기자 회견에서 “우리가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걸 못하게 할 건 아무것도 없다”고 올들어 네 번째 금리 인상을 정당화했다. 이에 대해 시장은 FOMC 성명이 발표되기 전까지 계속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리 인상 저지 발언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했다.

FOMC 결과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트위터 계정에서 달러가 매우 강세이고, 실질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없고, 우리 주변의 바깥세계는 폭발하고 있고, 파리(프랑스)는 불타고 있고, 중국은 내리막길에 들어선 상황에서 “연준이 또 한 차례의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것은 놀랍다”면서 연준이 금리 인상을 중단하도록 압박했다. 그 다음 날에는 “또 실수하기 전에 월스트리트저널(WSJ) 사설을 읽어보길 바란다”며 “지금도 시장 유동성이 부족한데 더 부족하게 만들지 말라”고 했다. 이어 “50B(500억 달러 긴축프로그램)를 중단하라”라면서 “시장을 느껴라, 의미 없는 통계 숫자만 들여다보지 말고. 행운을 빈다”라고 덧붙였다.

주요 언론들도 트럼프와 한 목소리를 냈다. WSJ는 19일자 ‘연준이 멈춰야 할 때’라는 사설에서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고, 트럼프와 대립각을 세우던 뉴욕타임스(NYT)조차 트럼프의 발언에 대해 “실제로 정말 좋은 조언”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내심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수도 있다는 기대심이 고조됐다. 그러나 결과는 기존 전망대로였다.

CNN은 파월이 월가와 워싱턴 양쪽에 대한 항의 시위였다고 해석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덮친 월가에 일말의 여지를 주지 않은 건 연준의 독립성을 우선시한 결정이었다는 것이다. 결국 뉴욕증시는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과 실망감에 2011년 이후 최악의 ‘연준 데이(Fed Day)’를 연출했다. 다우지수는 14개월 만의 최저치로 주저앉으며 대공황 때인 1931년 이후 최악의 12월 궤도에 진입했다. WSJ는 “연준이 시장의 신호를 무시한 채 경제지표에만 베팅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파월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연준이 이번에 금리를 올리지 않았다면 경기 침체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더 고조되는 것은 물론 연준이 정치 입김에 놀아나고 있다는 비판이 불을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객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파월이 연준 의장으로서 경제 문외한 대통령에게 밀렸다는 기록을 남길 일은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매 FOMC마다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이 있는데, 그때마다 파월의 발언 하나 하나에서 행간의 의미를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파월이 중립금리에 대해 ‘먼(a long way)’에서 ‘가까운(just below)’으로 바꿨을 때도 시장은 출렁였다. 파월의 형용사와 부사 하나 하나가 다우지수를 1000포인트씩 움직이는 상황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재닛 옐런 시대에 비해 파월 시대 들어 변동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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