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화 꿈꾸는 민유성號 순항할까

입력 2008-06-13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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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출근 무산 '호된 신고식'...'물밑 대화' 지속

산업은행 민영화의 막중한 책임을 떠 안고 출발한 민유성號가 첫날부터 '노조 역풍'을 맞으면서 과연 끝까지 순항할 수 있을 지 금융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민유성 신임 산업은행 총재는 12일 산은 노조의 저지로 첫 출근이 무산되는 수모를 겪었다. 집무실에 발 한번 들여 보지 못하고 인근 건물로 피신(?)한 민 총재로서는 아주 호된 신고식을 치룬 셈이다.

◆민영화 주도권 다툼 표면화

산은 노조의 이같은 출근저지는 당초 충분히 예상된 상황이다. 노조측은 민 총재가 유력 후보로 거론될 당시부터 '자격미달', '낙하산 인사' 등을 이유로 반대의 뜻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특유의 '밀어붙이기'식 인사를 강행하며 민 총재를 산은 민영화의 기수로 발탁했다.

첫 출근일 다행히 물리적인 출동은 없었으나, 노조측의 출근 저지로 노사 양측의 불신은 더욱 깊어진 형국이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가 함량 미달의 낙하산 인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다"면서 이로 인한 모든 책임을 정부측에 전가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산은 민영화를 놓고 초반 주도권 사움이 표면화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민영화가 대세로 흘러가면서 노사간에 주도권 싸움이 시작된 것"이라며 "향후 구체적인 민영화 작업을 거치면서 양측의 갈등이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민영화 첫단추 잘 끼울까

산은 민영화의 성패는 첫 단추나 다름없는 '노사불신 해소' 여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조측은 출근 저지의 명분으로 '임명 철회' 등의 구체적인 조건들을 내세우지는 않고 있다. 이는 기정사실화 된 은행 민영화와 신임총재 임명을 두고 현실적인 실익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김명수 산은 노조위원장은 "(민 총재의)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정부 중심의 일방적인 민영화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즉 고용보장을 비롯해 민영화 과정 전반에 걸쳐 노조측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산은 관계자는 "노조측과 대화를 계속하고 있고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조만간 민 총재의 업무가 정상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결국, 산은 민영화를 꿈꾸는 민유성號의 성패는 노조의 불신과 불안감을 어떻게 해소하느냐에 달려있다.

이를 반영해 민 총재도 11일 "노조는 민영화와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가는 데 중요한 파트너"라며 "조직 구성원들이 변화의 주체가 되고 협력자로서 손잡고 나갈 수 있도록 대화를 계속해 나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세간의 눈총을 받아 온 산업은행이 민영화를 통해 사랑받는 금융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지 민유성號의 행보 하나하나에 온 국민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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