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 물량 위축에 중견 브랜드, 사업 전망 더욱 어두워져
'에이스'란 말이 있다. 즉 자신이 소속한 집단이 위기에 빠졌을 때 상황을 개척하는 '대표주자'를 의미한다. 산업계에도 이런 에이스는 존재한다. 산업계 역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시장을 개척해나가는 의무는 대표주자들에게 있기 마련이다.
주택 분양업계에도 이러한 관례는 있다. 즉 시장 상황이 좋지 않으면 대형 브랜드가 공급하는 우량 물건의 분양 실적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상황. 입지와 브랜드가 떨어지는 단지들이 이러한 우량 단지의 분양 실적에 관심을 쏟는 것은 비일비재한 일인 셈이다.
하지만 건설업체들의 '믿었던 도끼'도 싸늘한 주택시장에서 신통치 않은 실적을 나타냈다. 바로 최근 분양한 GS반포자이가 그 주인공이다.
오랫만에 선보이는 강남권 거대단지란 점에서 관심을 모았던 GS반포자이가 최근 실시된 청약접수에서 간신히 마감을 마치자 주택업계의 고민도 한층 더 깊어지고 있다.
GS건설이 옛 반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반포자이'는 3411세대란 단지규모에서 부터, 반포의 요지라는 점에서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부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던 곳. 특히 반포자이가 위치한 서초구에서는 지난 2002년 방배동 소라아파트 재건축 '방배아트힐' 이후 6년여 만에 대단지 아파트가 공급된다는 점에서도 시장의 관심은 뜨거웠다.
실제로 그간 강남 재건축 대단지 분양물량은 나올 때 마다 최고 경쟁률 기록을 갱신해왔다. 지난 2002년 4월 분양된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은 두 개 주택형 254세대가 공급됐는데 청약자는 3만1128명이 몰리면서 122.6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529세대가 공급된 지난 2003년 5월의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은 청약접수에서 215.4대1의 평균 청약경쟁률을 기록했으며, 2004년 6월 분양한 삼성동 롯데캐슬프레미어도 70세대가 공급돼 44.2대1의 경쟁률을, 그리고 보였다.
주택시장 활황기로 꼽히는 2002년~2004년까지는 강남 분양은 사업 자체가 성공으로 이어지는 등식이 성립된 바 있다. 실제로 수요자들의 인기가 낮은 100세대 이하 소형 나홀로 아파트도 강남에만 분양하면 기록적인 청약경쟁률이 나타났다.
전체 123세대로 구성된 서초구 방배동 현대홈타운3차는 226.81대1의 경쟁률을, 그리고 33세대가 공급된 대치동 풍림아이원4차는 22.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전체 3411세대 중 7개 주택형 555세대가 공급된 반포자이도 분양시장의 차가운 벽을 넘지 못했다. 11일 실시된 1순위 청약접수에서 반포자이의 청약실적은 평균 청약경쟁률 2.02대1로 7개 주택형 중 6개 주택형이 청약을 마감해 간신히 체면을 살린 정도에 그친 것이다.
물론 분양가가 3.3㎡당 3300만~3500만원 선으로 책정, 고분양가 논란이 있긴 했지만 강남에 보기드문 거대단지란 점을 감안할 때 이 정도 청약실적은 흉년에 가까운 평년작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당초 건설업계는 반포자이에 대해 2006년 하반기 이후 2년째 이어가고 있는 주택시장 침체를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한 중견 건설업계 관계는 "입지나 브랜드를 볼 때 대형 물량인 반포자이가 침체에 빠진 분양시장에 다시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라며 "청약 실적을 놓고 봤을 때 다소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치뤄진 분양 중 용인 신봉, 성복지구에서 GS, 현대 두 대형 브랜드도 당초 주택업계의 '희망'으로 떠올랐지만 3순위 청약 미달의 초라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주택 분양시장은 여전히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하반기 분양을 준비 중인 한 중견건설업체 관계자는 "분양시장에 다시 활기를 부여해 줄 것이라 믿었던 대형 브랜드 사업장들이 잇따라 신통치 않은 분양실적을 보이고 있어 중견업체들의 고충이 크다"며 "하반기 분양을 준비 중에 있지만 시장의 활기를 찾을 수가 없어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