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속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왜 ‘밸류에이션 매력’에 둔감한 걸까?

입력 2018-1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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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

코스피지수가 2000포인트대로 떨어지며, 순자산 가치에 무려 20% 가까이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주에 1만 원의 순자산 가치를 가지고 있는 기업 A의 주가가 8000원에 매매되는 셈이다. 참고로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식이란 기업이 청산될 때의 ‘청구권’ 가치를 의미하기에, 현재 코스피의 모든 상장 종목이 청산된다고 가정할 때 현 주가보다 약 20% 이상 더 많이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상장 종목이 청산될 일은 없지만, 그만큼 주식이 저평가되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렇듯 주식가격이 저평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 공세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2018년 1~11월 중 외국인 주식 순매도는 5조8000억 원에 이르렀을 뿐만 아니라, 코스피지수가 2000선까지 하락한 11월에도 여전히 매도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주식 가격이 내재 가치에 비해 저평가됐을 때, 주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가치 투자’ 스타일의 외국인은 다 어디로 갔을까?

이 의문은 한국 코스피지수의 연 수익률 분포를 보면 상당 부분 풀린다. 1981년 이후 2017년까지 한국 코스피지수의 연 환산 복리 수익률(CAGR)은 무려 8.8%에 이르며 같은 기간 평균 배당수익률이 2.3%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주식은 연 10% 이상의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훌륭한 투자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0~20%의 투자 성과를 기록할 확률은 단 21.6%에 불과하다. 쉽게 이야기해 5년에 한 번 정도만 10% 내외의 안정적 성과를 기록하는 셈이다. 특히 -20~0%의 수익률을 기록할 확률이 35%에 이르는 한편, 50% 이상의 성과를 기록할 확률도 10.8%에 이르는 등 극단적인 수익률이 출현할 가능성도 크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는 수출 비중이 높은 ‘소규모 개방 경제’로 해외 여건에 대단히 민감하다. 더 나아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금융시장이 전면 개방되면서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입에 따라 주식시장의 방향이 엇갈렸던 것도 ‘안정적’인 주식 수익률의 출현을 가로막은 원인으로 작용했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국내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점점 더 모멘텀, 다시 말해 가격이나 성장률의 변화 방향에 민감해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기업 이익의 절대 수준보다는 이익이 지난 기에 비해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가 더 중요하며, 또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2%대 후반)으로 성장했느냐보다는 지난해에 비해 성장 탄력이 높아졌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2018년 주식시장이 어려움을 겪었던 이유도 대략적인 설명이 가능하다. 2017년 기록했던 경제성장률(3.1%)에 비해 2018년 성장률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고, 더 나아가 기업 실적 전망 역시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에 ‘하향 조정’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런 면만 살펴보면 2019년 한국 주식시장의 미래는 밝지 않다. 그러나 ‘내재 가치’에 주목하는 투자자들의 회귀 가능성이 커질 수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2018년 한국 상장기업들은 역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며 또 2019년에도 실적이 급전직하할 위험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최근 확정된 2019년 예산안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5%나 늘어나는 등 경기 부양의 의지가 확연해진 데다, 최근 수입물가가 급격히 하락하는 등 인플레 압력이 완화되고 있어 추가적 금리인상의 가능성도 약화했다.

더 나아가 미 연준도 인플레 압력의 둔화 및 장단기 금리의 역전 위험 등에 대응해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미 연준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당장 금리를 동결하지는 않겠지만, 2019년 금리 인상의 횟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2019년 주식시장은 내재 가치에 관심을 두는 투자자들의 선호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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