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 개편, 업종별 구분 이뤄져야

입력 2018-1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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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조절키로 가닥을 잡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최근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정책이 시장에서 우려로 나타나 경제심리가 더 떨어졌다”며 “내년 1분기까지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도 중립적 전문가의 최저임금 인상 구간 제시 후 노사가 최종 결정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심각한 문제점을 이제라도 인식하고 제도 보완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밀어붙여 올해 16.4%나 급격히 올린 최저임금이 경제와 민생 전반에 가져온 충격은 엄청나다. 임금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잇따라 문을 닫고,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의 취약계층 일자리가 크게 감소하면서 고용참사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소득분배가 갈수록 악화돼 빈부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6만5000명 늘어나 반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오히려 양질의 일자리인 제조업에서는 9만1000명 줄고,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 감소도 12만8000명에 이르렀다. 세금을 쏟아부어 억지로 만든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등 공공분야 단기 일자리가 16만4000명 늘어난 것이 취업자 수를 끌어올렸다. 전체 실업자는 90만9000명으로 1999년 이후 19년 만에 최대다.

게다가 내년 최저임금도 10.9% 인상이 예정돼 있다. 이미 결정된 것으로 되돌릴 수 없다. 고용사정이 더 나빠지고 자영업자 등 영세 소상공인의 위기가 가중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서둘러 제도를 개편해도 2020년 최저임금 심의 때부터 적용된다. 이미 망하고 난 뒤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당장 인상 유예 등 특단의 조치가 시급한데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최저임금 결정구조만 손보는 땜질 대책에 그쳐서도 될 일이 아니다. 최저임금의 업종·지역별 구분 적용 등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그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고, 경제단체들도 한목소리로 이를 요구하고 있다. 경영계는 전체산업 평균과 비교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 비중이 높은 업종과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부가가치가 낮은 업종은 별도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행 단일최저임금은 영업이익이 낮은 영세산업의 실태나 업종별로 격차가 큰 생산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그 결과 일률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기업들을 도산의 위기로 내몰면서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미국은 주(州)마다 최저임금을 따로 결정하고, 일본·캐나다·호주·네덜란드 등 주요 선진국들도 업종별·직종별 생산성 차이나 지역별로 다른 물가를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차등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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