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하늬 정치경제부 기자
누군가의 ‘버킷리스트’(소망 목록)가 아니다. 지난 국감에서 학부모 마음을 뒤집어 놓은 사립 유치원 비리 감사 결과다. 내 아이를 위한 교비가 사립 유치원 원장들의 터무니없는 ‘눈먼 돈’으로 전락한 것이다. 이 같은 비리를 근절하기 위한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 처리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현장에서 보고 있자니 미래의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진다.
당정청은 이달 임시국회를 소집해 법안을 처리하기로 최근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이견이 크기 때문에 이 법안의 연내 처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의 주장을 들어보면 당 차원에서 저출산을 ‘국가적 재앙’이라며 ‘출산주도성장’을 발표하던 때를 그새 잊은 것 같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학부모분담금을 두고 입장차를 보인다. 민주당은 “유치원은 교육기관이니 국가관리회계시스템인 에듀파인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교비가 투명하게 관리되지 않으면 형사 처벌을 하자는 것이다. 반면 한국당은 “유치원도 설립자의 사유재산이니 국가지원회계와 학부모분담금을 나눠 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학부모분담금은 운영과 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이를 학부모가 스스로 감시하면 된다는 얘기다. 직장에 몸담아 애 볼 시간도 없는 학부모들에게 유치원 관리까지 하란 얘긴가. 통계청에 따르면 맞벌이는 계속해서 늘고 있고 이들 중 고소득일수록 출생아 수가 적다고 한다. 결국 돈 문제가 아니라 일과 양육을 병행하기 힘든 사회환경이 문제라는 의미다. 한국당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듯하다.
‘유치원3법’은 정치권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 저출산 해결과 직결된 중요한 민생법안이다. 현재 사립유치원은 전체 유치원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국민 혈세가 사립유치원 원장의 호주머니에서 놀아난다면 미래의 학부모들이 내 아이를 유치원에 맘 편히 맡길 수 있을까. ‘국가가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정부 정책 슬로건이 무색하지 않게 유치원3법이 연내 처리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