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보다 투자자 보호 우선”
11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00년 이후 회계처리기준 위반을 이유로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여부 심사를 받은 기업은 총 17곳이다. 그러나 이날 거래가 재개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해 실제 상장폐지로 이어진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현재 한국거래소의 상장규정상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금융위원회나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검찰 고발되거나 기소 사실이 확인되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게 돼 있다. 이후 사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기업심사위원회의 본심의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지금까지 회계 관련 문제로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받은 곳은 17곳이며 그 중 기업심사위원회로 회부된 곳은 9곳이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개선기간을 부여받거나 상장유지가 결정되면서 매매거래 정지가 해제됐다.
실질심사를 받은 기업들의 평균 주식거래정지 기간은 89영업일로 조사됐다. 이중 대우조선해양(336거래일)과 대한전선(263일), 아티스(300일) 등은 기업심사위원회의 심사 결과 약 1년의 개선기간을 부여받으며 회생에 성공했다. 반면 한국항공우주(6일)과 쌍용양회공업(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18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을 거쳐 주식시장에 복귀했다.
금융투자업계는 분식회계 논란에도 불구하고 모두 상장유지 결정이 난 이유로 ‘투자자 보호’를 꼽는다. 진흥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장폐지를 결정할 때 투자자 보호를 고려해야 한다”며 “애초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폐 가능성을 높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분식회계로 확인된 대우조선해양과 한국항공우주도 결국 상장폐지되지 않았다“고 짚었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심사에서 해당 기업의 매출 및 수익성, 사업전망 등 기업의 계속성과 재무 안전성 등을 고려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다.
곽수근 서울대 회계학 교수는 ”회계라는 건 경제적 실제를 어떻게 표시하느냐의 문제인데, 수치와 상관없이 기업이 진행하는 사업이나 가치는 그대로 남아있다“며 ”수치가 잘못됐다면 벌을 받아야겠지만 투자자들이 손해를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징계를 받으면 과징금이 부여되는데 결국 이건 투자자들의 돈이 나가는 것“이라며 ”여기에 상장폐지까지 된다면 투자자들은 이유없이 두 번이나 불이익을 겪는 셈이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