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혁명] 이 아이는 자라서 ‘VR 우주인’이 됩니다...가상현실이 세상을 바꾼다

입력 2018-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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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싱크탱크, 가상 쇼핑·군사 훈련·의료 시술 등 VR 적용 산업군 19개 제시

◇“발품 팔 필요 없어”…‘VR’로 의류 매장 사라질까 = 미국의 스타트업 분석 전문업체인 CB인사이츠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간) 게임 외에 VR가 가장 빠르게 적용될 수 있는 산업군 19개를 제시했다. 소매업 영역에서 VR는 현재도 빠르게 늘고 있는 온라인 거래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기대됐다.

의류 등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상들이 점점 비싸지는 임대료를 무릅쓰고 오프라인 매장을 유지하면서 재고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VR가 일상화된다면 소비자가 집에서 직접 상품을 체험할 수 있고 매장에서 직접 옷을 갈아입거나 새 상품 포장을 뜯어보지 못하고 샀다가 교환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이미 스타트업 볼드매트릭스는 VR를 활용해 3D 환경에서 직접 옷을 입어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마케팅이나 광고, 이벤트 영역에서도 VR는 더 많은 고객과 직접적인 접점을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프랑스의 부르생치즈 제조사는 재료가 담긴 냉장고 속을 소비자가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하는 VR 동영상을 제작했다. 비틀스의 전 멤버 폴 매카트니는 자신의 콘서트를 360도 동영상으로 체험할 수 있는 VR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또한 HMD를 착용하면 회의 참석자들은 모두 같은 곳에 모이거나 시찰을 위해 출장을 가지 않아도 된다.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소비자가전쇼(CES)에서는 미국 인텔의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전 최고경영자(CEO)가 HMD를 착용한 청중 250명과 함께 네바다주 인디언 보호구역에 있는 태양광 시설을 구경했다.

VR는 회사가 인재 채용을 할 때도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수 있다. 최근 로이드뱅킹그룹은 VR를 사용해 대학원 리더십 프로그램 후보자를 선발했다. VR 환경에서 퍼즐을 푸는 방식의 문제를 제시해 기존 종이 시험이나 짧은 면접으로는 알기 어려운 역량들을 확인한 것이다.

◇군사 훈련·의료 시술도 VR로…위험 상황 최소화 = 진짜 같은 ‘가짜 체험’이 가장 각광받을 분야는 무엇보다 실제 현실의 위험도가 큰 영역일 것이다. 군사훈련이나 의학 등 생명과 직결된 영역에서 VR는 해당 업계 종사자의 삶의 질은 물론이고 사회 기초 인프라의 수준을 올리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VR는 실제 군사 훈련에서는 갖추기 어려운 대규모 체험 환경을 조성해 병사들이 위험 부담 없이 몰입할 수 있도록 한다. 미국 국립지리정보국(NGA)은 전시에 폭탄이 떨어진 후에도 담당자가 폐허 속에서 지리 정보를 찾고 적절히 병력을 배치·사용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VR 기술을 개발 중이다.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인 보헤미아인터랙티브시뮬레이션스도 육·해·공군의 전술 개발과 실습·훈련을 위한 VR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경찰에서도 군과 마찬가지로 VR를 통해 시각·청각 자극을 실제와 같이 만든 상황에서 인력 훈련을 할 수 있다. 현실에서 ‘훈련임을 가정한’ 상황보다 VR는 개개인의 몰입도를 최상으로 끌어올리기 때문에 훈련생들이 실제 범죄 상황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한다.

의료환경에서는 이미 많은 기업들이 환자의 건강 정보를 시각화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적외선 혈관 측정 장비 아큐베인은 피부에 갖다 대면 환자의 몸에 있는 다양한 혈맥을 비춰 의사나 간호사가 혈관을 찾기 쉽도록 한다.

특히 공중보건 영역에서는 VR의 도입이 거동이 어려운 환자들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VR를 통한 원격 진료와 간호는 물론이고 침대에만 누워 있는 환자들을 휴양지로 여행시켜 정신적으로 치유하는 효과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 기간 산업에서 VR는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그간 도제식으로 오랜 시간을 걸쳐 기술을 쌓아야 했던 숙련직 영역에서 VR를 통한 교육과 실습은 기술공들이 빠르게 배출되도록 돕는다. 용접·배관·전기 등 사회적으로 수요가 많지만 숙련된 기술공이 부족한 영역에서 VR가 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건물이나 자동차 등을 만드는 산업군에서 VR는 설계와 시공을 편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초기 투자도 유인할 수 있다. 2차원(2D)으로 제작된 건축 계획과 마케팅 자료 들을 손쉽게 3차원(3D)에 결합시켜 보여주는 것이다. 미국의 산업용 증강현실(AR) 앱 개발사인 다큐리는 건설 현장 노동자에게 열화상을 통해 작업 내용을 안내할 수 있는 스마트 헬멧을 개발했다.

지난해 매터포트는 뉴욕타임스(NYT)와 제휴를 맺고 고급 부동산 가상현실 둘러보기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아우디 역시 사용자가 쇼룸 외에 다른 곳에서도 자동차를 다각도로 볼 수 있도록 하는 AR앱을 만들었다. 포드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함께 VR를 통해 차량 내부 결함을 체크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공정 단계에서 착오를 줄여나가고 있다.

‘하늘의 일’로 믿어온 농업에서도 적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농민들이 작물 데이터를 시각화해 한 해의 수확량을 조절하고 재해나 병풍 등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360도 비디오 기능을 갖춘 VR 무인 비행기로 농작물을 정찰하면서 경작 상황을 체크하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재를 캐낼 때도 VR는 원유 시추 작업을 모니터링하고 작업자들이 착굴할 위치를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인지 영화인지…주인공 뒤바꾸는 VR = VR는 출발 지점이었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여전히 쓰임새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에 VR 기술을 도입하면 실제 게임을 하는 것처럼 주인공과 관객의 경계가 옅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TV프로그램의 장면이 거실 한가운데서 연출되는 AR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뉴스 미디어들 역시 VR를 통해 더욱 생생한 기사를 전달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VR 기반 스토리텔링 어플인 NYTVR를 통해 정기적으로 독자들에게 뉴스를 전달하고 있다. CNN도 비슷한 기술을 활용해 대통령 토론회 방송을 독자가 직접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으로 방송했다.

스포츠 선수들은 지겹게 훈련하거나 머릿속으로만 전략을 구사하는 대신 VR 고글을 쓰고 실전 같은 훈련을 할 수 있다. 실제 경기가 없을 때도 VR를 통해 심판 훈련이 이뤄진다면 ‘편파 판정’이나 ‘오판’ 논란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의 영역에서도 학생들은 교과서 속 그림이 아니라 피라미드를 눈앞에 펼쳐놓고 학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EON리얼리티는 교사가 직접 VR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 중이다. 교사가 가상 환경에서 3D 모델을 배치하면서 텍스트나 학생과의 대화형 수업 콘텐츠를 마련할 수 있다.

가상의 현실이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우주탐사 부문에서는 VR를 통한 새로운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국제 우주정거장의 우주비행사들은 현재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와 리브스트림테크놀로지의 비디오 플랫폼을 사용해 우주에서 연구와 탐사를 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매튜 클러센은 “실제로 화성에 발을 들여놓을 날을 기다리는 것보다 VR를 통한 몰입으로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데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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