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카싱, 중국 지도부에 밉보여…‘국진민퇴 논란’ 수습 목적도
26일(현지시간)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다음 달 18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개혁개방 100주년 기념식’에서 중국 개혁개방에 큰 공을 세워 표창을 받을 100인의 명단을 발표했다. 마 회장과 마화텅(馬化騰) 텐센트 그룹 회장을 비롯해 개혁개방 초기 대대적인 투자로 중국 경제성장에 기여한 홍콩 재벌들이 포함됐다.
중국 개혁개방 초기에는 해외에서 유입된 투자금의 절반이 홍콩 자본이었다. 특히 리카싱은 덩샤오핑(鄧小平)이 1980년대 초 개혁개방을 본격화한 후 중국에 처음으로 투자한 외국 기업인 중 한 명으로 개혁개방의 공신으로 불려왔다. 그는 100억 홍콩달러(약 1조4000억 원)를 기부해 광둥성에 산터우(汕頭)대학을 세우기도 했다.
리카싱은 덩샤오핑과 그 뒤를 이은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지만 시진핑(習近平) 주석 시기부터는 중국 정부와의 친밀감이 예전만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부터 중국에서 부동산 자산을 줄이고 호주와 캐나다, 영국 등에서 신규 투자에 나선 탓으로 풀이된다.
홍콩 빈과일보는 “리카싱이 정치적으로 중국 정부에 협력하지 않고 수익성을 중시한 투자 활동을 펼치면서 지도부에 ‘미운털’이 박힌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명단 발표에서 인민일보는 마 회장을 공산당원으로 표현했다. 공산당 기관지가 공식적으로 마 회장의 당적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으로 시장이 출렁이면서 정부가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국진민퇴는 민간기업을 서서히 퇴장시키고 정부의 역할을 늘려야 한다는 뜻으로 시장 참여자들을 경직시켰다. 특히 마 회장이 은퇴계획을 발표하면서 이러한 논란이 사실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개혁개방 공신 100인에 기업가를 대거 포함한 것 역시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