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부 차장
삼부토건이 최근 현 경영진과 코스닥 상장사 우진 간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서 22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주총회에서는 신규 이사 선임 등 중요한 안건이 다뤄지면서 향후 경영권의 향배가 결정되는 자리였다.
당초 오후 4시에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의결권 검수 과정을 거치면서 오후 8시가 넘어서야 시작됐다. 일찍부터 입장해 있던 소액주주들이 지쳐 갈 무렵 회사 측에서는 김밥과 음료수를 나눠줬다. 일부 주주들은 ‘김밥 주총’이라는 우스갯소리를 지어내기도 했다. 이날 최종적으로 주총이 끝난 시간은 새벽 1시가 넘어서다. 날짜가 하루 지났으니 1박 2일 주총을 진행한 셈이다.
이날 모인 소액주주들이 볼멘소리를 쏟아내면서 일각에서는 전자투표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같은 주총의 행태는 필요 없는 사회적 비용을 야기한다.
단순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이날 모인 소액주주들의 시간당 시급으로만 계산해도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전자투표제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전자투표 제도는 2010년 처음 도입됐지만 섀도보팅제도가 폐지된 이후에야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회사들이 전자투표제 도입에 절실함을 느끼지 못하는 듯하다. 실제 올해 3월 정기주총을 개최한 1993개사 가운데 76개사가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인한 주주총회 의안 부결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가 생겨나기도 했다.
국내 상장기업의 주주총회 대부분이 3월에 몰려 있다. 의결권을 보유한 주주가 보유 기업의 주총을 모두 참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른바 주주총회가 같은 날에 열리는 ‘슈퍼 주총데이’에는 소액주주들의 주주권 행사가 더 어렵다. 2017년에는 상장기업 절반이 넘는 414개 기업이 3월 24일 한날에 주총을 개최했다.
전자투표제가 도입될 경우 주주총회 활성화, 주주민주화, 기업지배구조개선 달성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 또 최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이 확산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의결권 행사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에 따른 적극적인 의견 수렴을 위해서라도 전자투표제도 활성화가 시급하다.
금융당국에서도 기업들에 대한 전자투표 의무화에 대해 적극적으로 유도해야 한다. 증권업계 한 전문가는 “전자투표제도 도입에 따른 기업들의 비용이 큰 부담이라고 느끼고 있지만 사회적 편익이 비용보다 클 것”이라며 “기업들의 준비 상황 등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도입할 수 있도록 금융감독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전자주주총회와 전자투표는 소액주주 권익을 보호하고, 주주총회 효율성을 높여 기업 가치와 주주이익을 높여주는 제도로서 시장 관계자 모두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s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