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국민투표 이후 영국 주식형 펀드 자금 순유출액 1조 달러 넘어
이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원만한 브렉시트의 최대 난관인 의회 비준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 29일 이전에 브렉시트 합의문이 양측 의회에서 비준되면 브렉시트의 충격을 최소화하며 영국의 질서 있는 EU 탈퇴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양측은 45년간의 유럽 통합 프로젝트에서 영국이 떠나게 되면서 원활한 결별을 목표로 해왔다.
그러나 아직 양측 미래 관계에 대해 합의되지 않은 세부 사항이 많이 남아있어 긴 조율 과정이 필요한 상태다. 영국 의회 내 보수당 강경 브렉시트파 의원뿐만 아니라 EU 잔류를 주장하는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도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고 있어 영국 의회의 최종 비준 동의에서부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진통 속에서도 브렉시트 시점이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은 이른바 ‘셀 브리튼’, 영국 증시 이탈을 가속하고 있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년 전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에 초점을 맞춘 주식형 펀드의 자금 순유출액이 1조 달러(약 1130조 원)를 돌파했다. 금융정보업체 EPFR는 2016년 6월 이후 지금까지 영국 주식형 펀드 자금 순유출액이 1조1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메이 총리가 내각에 브렉시트 합의문 초안을 제출한 주에만 194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간 유출 규모로는 가장 큰 것이다.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전 12개월간 영국 주식형 펀드에는 1270억 달러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브렉시트 이후 이 흐름은 뒤집혔다. 투자자들이 영국 자산을 꺼리게 된 것이다.
브렉시트 표결 이후 투자자들은 브렉시트가 영국 기업과 경제에 미칠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슈뢰더는 이달 400개의 금융 자문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이들 고객의 35%가량이 올해 영국 밖으로 자산을 이동시키거나 이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는 작년 설문조사 때의 21%에서 높아진 것이다.
고객들이 자산을 재배분하는 나라로 가장 선호되는 곳은 미국으로 조사됐으며, 다음으로 일본과 신흥시장 주식 등으로도 자산을 재배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0개 영국 자문사 중 9곳은 앞으로 12개월 동안 고객들이 가장 우려하는 이슈로 브렉시트를 꼽았다.
UBS자산운용의 마크 해펠레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투자자 상당수가 영국 금융시장이 합리적인 경제 분석에 더는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며 “영국과 EU 협정 결말이 나지 않으면 다국적 기업 대부분이 연말에 영국 기업과의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계약을 끊기 90일 전에 상대방에게 통보한다. 브렉시트는 내년 3월 이뤄지기 때문에 불확실성을 우려한 기업들이 미리 영국에서 손을 떼려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