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4일 치러진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집권당 대표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총통으로서의 직무는 유지하기로 했지만 정권의 구심력 저하는 불가피하게 됐다.
24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지방선거 투·개표 결과, 차이잉원 총통이 이끄는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은 가오슝, 타이중 2개 직할시 시장 자리를 국민당에 빼앗기는 등 크게 패했다. 결국 차이 총통은 이날 밤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주석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번 지방선거는 2016년 출범한 차이잉원 정권의 중간평가로서 차기 총통 선거의 전초전으로 주목을 받았다. 민진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22개 현·시의 수장 자리가 선거 전 13개에서 6개로 줄었다. 야당인 국민당은 6석에서 15~16석으로 늘려 전세가 역전됐다.
차이 총통은 24일 밤 수도 타이베이 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노력이 충분하지 못해 지지해준 이들을 실망시켰다. 진심으로 사죄한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민진당은 차이잉원 총통의 당 주석 사임 표명으로 인해 차기 총통 후보를 물색해야 하는 등 전략이 불가피해졌다. 반면 친중 노선인 국민당은 기세등등해졌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총통 선거에서 4년 만에 독립 지향적인 민진당에서 정권을 탈환하면 양안관계는 크게 전환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차이 총통은 공무원 특혜를 시정하는 연금 개혁 등 기득권층으로부터의 거센 반발을 뛰어넘지 못했다는 평가다. 여기다 저임금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젊은 지지층의 기대에도 부응하지 못하는 등 다방면에서 비판을 초래했다. 또 취임 후 중국의 압력으로 5개국과의 외교 관계를 잃는 등 대외적으로도 패색감이 짙었다.
같은 날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민투표에서도 유권자들은 차이 정부에 등을 돌렸다. ‘차이니스 타이베이’가 아닌 ‘대만(Taiwan)’이란 이름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 등 국제대회에 참가하는데 동의하느냐‘는 투표가 치러졌는데, 결과는 부결이었다. 대만의 국민투표는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이 동의해야 통과되는데, 찬성은 476만여 명으로 25%인 493만 명에 못 미쳤다. 이에 대해서는 차이 총통 집권 이후 지속해온 ’탈 중국화‘에 대한 피로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