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스코프스틸 vs 특허청ㆍ동국제강, 금속코팅 강철 스트립 발명 특허 공방
23일 오전 10시, 대전광역시 특허법원 301호 대법정에서는 한국어와 영어가 동시에 사용됐다. 법정 뒤편에 마련된 통역 부스 안에서 통역사의 입은 바삐 움직였다. 방청석에 자리 잡은 외국인들은 한쪽 귀에 동시통역기를 꽂고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내용에 집중했다. 재판부는 통역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수시로 통역기를 착용했다. 통상적인 재판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허법원 특허3부(재판장 이규홍 부장판사)는 이날 호주의 철강 기업 블루스코프스틸(Blue Scope Steel)이 특허청을 상대로 제기한 거절결정 취소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이번 소송은 외국 국적의 사건 당사자가 법정에서 영어로 변론하는 국내 최초의 국제재판으로 진행된다. 법원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법정 출입문을 열어두고 재판을 준비했다. 원활한 통역을 위해 관련 기기를 점검한 후 변호인석, 재판석에 동시통역기를 미리 비치했다. 개정 시간인 10시 무렵, 방청석에도 통역기가 놓였다.
이날 블루스코프스틸 측은 자사의 '금속 코팅 강철 스트립' 발명 특허를 특허청이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대해 항변했다.
앞서 블루스코프스틸은 특허청이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발명할 수 있고, 이전에 발명된 기술들을 결합해 만들 수 있다”는 이유로 특허를 인정하지 않자 특허심판원에 심판 청구를 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특허청을 상대로 심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는 과거 호주에서 해당 특허 기술과 관련해 블루스코프스틸과 분쟁했던 동국제강이 피고 측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참여한다.
이날 원고, 피고 측 소송대리인의 특허 기술 관련 변론은 한국어로 이뤄졌으나 원활한 동시통역을 위해 통상의 재판보다 천천히 진행됐다. 재판부는 변론 과정에 수시로 “동시통역을 해야 하니 최대한 천천히 말씀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또 변호인이 일어서서 변론하는 과정에서 핸드마이크를 사용하거나 발음을 보다 정확하게 하는 등 동시통역을 배려한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오후에 진행된 증인신문에서는 재판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어로 발언했다. 원고 측 증인인 체코 출신 기술 전문가 토마스 프로섹은 영어로 증인 선서를 하는 드문 광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양측의 변론과 달리 증인신문은 순차 통역으로 진행돼 법정 내에는 중간중간 침묵이 흘렀다. 통역이 이뤄지는 동안 재판부는 물론 방청객들도 동시통역기에 귀를 기울였다. 다만 통역사가 일부 내용을 소화하지 못하거나 통역기 소음 문제로 재판이 여러 차례 중단돼 아쉬움을 남겼다.
블루스코프스틸 호주 현지 관계자는 “영어 동시통역은 매우 유용했다”며 “한국어로 진행된 부분까지 전반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