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득분배 또 최악, ‘소득주도 성장’의 참사

입력 2018-11-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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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분기 소득분배지표가 또다시 최악을 기록했다. 빈곤층 가구 소득이 급격히 줄고, 상·하위 계층간 소득격차도 11년 만에 가장 크게 벌어졌다. 통계청이 어제 내놓은 ‘3분기 가계동향조사’의 결과다. 여기에서 소득하위 20%(1분위)의 월평균 명목소득(2인 이상 가구)이 131만8000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0% 감소했다. 반면 최상위 20%(5분위) 가구의 소득은 973만6000원으로 8.8% 늘었다.

이에 따라 5분위의 처분가능소득은 1분위의 5.52배에 이르러 작년 5.18배에 비해 빈부격차가 크게 확대됐다. 2007년(5.52배) 이후 가장 나쁜 분배지표다. 양극화가 완화되기는커녕 더욱 심해진 것이다. 앞서 2분기에도 1분위 소득이 역대 가장 큰 폭 줄고, 1분위와 5분위 간 소득격차가 10년 만에 최대로 벌어졌었다.

1분위 소득악화는 고용부진 탓이다. ‘소득주도 성장’을 내세워 급격히 올린 최저임금이 오히려 취약계층 일자리만 없애 소득 감소로 이어진 것이다. 최저임금 충격이 큰 도소매·숙박음식업 등의 임시·일용직 고용이 급격히 축소됐고, 영세 자영업자들도 인건비 부담으로 소득이 줄었다. 1분위의 가구당 취업 인원이 작년 0.83명에서 올해 0.69명으로 쪼그라들면서 근로소득이 2003년 통계작성 이후 최대 폭인 22.6%나 감소한 것이 이를 말해 준다. 1분위의 사업소득도 13.4%나 급감했다.

소득분배가 이처럼 나빠지고만 있는 것은 정부가 현실을 무시한 채 밀어붙인 최저임금 과속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이 취약계층부터 타격을 가했다는 증거다. 앞으로 사정이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참담한 실패다.

OECD가 어제 발표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서도 한국이 최저임금 인상을 점진 추진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왔다. 우리 경제성장률은 올해 2.7%, 내년 2.8%, 2020년 2.9%로 예상됐다. 주요 20개국(G20) 성장률 전망치 올해 3.8%, 내년과 2020년 3.7%보다 훨씬 낮다. 투자 위축과 고용 하강세를 반영한 것으로, OECD는 “고용과 성장에 부정적인 효과를 피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정책기조를 바꿀 의지가 전혀 없다. 문제 해결의 출발은 성장정책의 전환이다. 결국에는 일자리다. 고용이 나아지지 않으면 분배가 개선될 수 없다.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미래의 신산업에 마음껏 투자할 수 있게 해야 일자리가 늘고 가계 소득도 증가한다. 문재인 정부는 이 당연한 상식을 외면하고 잘못된 소득주도 성장을 고집하면서 거꾸로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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