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신문이나 방송에서 ‘예의주시’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정부는 국제 유가의 변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라든가 “여야는 검찰의 수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등이 바로 그런 예이다.
예의주시는 ‘銳意注視’라고 쓰며 각 글자는 ‘날카로울 예’, ‘뜻 의’, ‘부을 주’, ‘볼 시’라고 훈독한다. 글자대로 풀이하자면 ‘날카로운 뜻으로 시선을 한곳에 부어 넣다’라는 뜻이다. 즉 “어떤 일을 잘하려고 단단히 차리는 마음으로 주목함”이라는 뜻인 것이다.
銳는 ‘金+兌’로 이루어진 글자인데 ‘兌’의 구조는 또 ‘八+口+儿(人)’이어서 사람(儿)의 입(口)이 여덟 팔(八) 자 모양으로 벌어지는 모습, 즉 기뻐서 빙그레 웃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이기 때문에 ‘기쁠 열’이라고 훈독한다. 나중에는 마음을 나타내는 ‘심(心=忄)’을 덧붙여 그 뜻을 구체화한 ‘悅(기쁠 열)’로 진화하였다.
기쁨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있다. 그래서 ‘兌’는 ‘바꿀 태’라고 훈독하기도 한다. 매미나 뱀이 허물을 벗듯이 말끔하게 변하는 것을 ‘태변(蛻變)’이라고 하는데, ‘蛻(허물 벗을 태)’의 오른편에 붙은 ‘兌’가 바로 ‘바꿀 태, 변할 태’의 의미로 쓰인 예이다. 바뀌면[兌] 전에 비해 날카로운 힘이 생기므로 ‘兌’에는 ‘날카롭다’는 뜻도 덧붙게 되었다. 가장 날카로울 수 있는 속성을 지닌 것은 바로 쇠(金)이므로 ‘金’이 덧붙은 ‘銳’가 ‘날카로울 예’라는 글자로 정착하게 되었다.
‘注’는 ‘물 수(水=氵)’에서 뜻을 따고 ‘主’에서 음을 따서 ‘물댈 주’라고 훈독하는 글자인데, 그릇에 물을 주입(注入)하거나 논밭에 물을 대는 것을 뜻하는 글자이다. 주시(注視)는 마치 그릇에 물을 부어 넣듯이 어느 한곳에 시선(視線)을 쏟아부어 집중하는 상태를 뜻하는 단어이다.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일은 그 변화를 銳意注視해야 하지만, 불량한 마음을 갖고 남의 사생활을 銳意注視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