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정규직 보호가 비정규직 늘린 역설

입력 2018-11-20 06:00수정 2018-11-20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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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을 보호하기 위한 법·제도가 오히려 보호받지 못하는 비정규직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기업의 고용결정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종업원 50인 이상 사업체 1000곳을 조사한 결과, 2007년 정부가 비정규직 보호법을 시행한 이후 전체 고용 규모가 줄고, 용역·도급 등 간접고용 비정규직이 증가했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2007년 비정규직 사용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차별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시행했다. 이후 기업 고용이 감소되면서 용역·도급 비중이 더 커졌다. 구체적으로 기간제·파견 노동자 비중이 다른 사업장보다 10%포인트 높으면 비정규직보호법 시행 후 전체 고용이 3.2% 줄고, 비정규직 고용이 10.1% 늘어났다. 비정규직 보호정책이 고용의 양과 질을 모두 악화시키면서 오히려 법 적용을 받지 않는 비정규직을 사각(死角)지대로 내몰았던 것이다.

특히 노동조합이 있는 사업장과 없는 곳의 차이가 두드러졌다. 노조 있는 곳의 비정규직은 법 시행 후 16.4% 증가한 반면, 무(無)노조 사업장은 6.9% 늘어나는 데 그쳤다. 노조 있는 사업장일수록 임금 및 근로시간 등 노동조건의 경직성, 정규직의 인건비 급증을 우려해 비정규직을 선호한 까닭이다. 게다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증가율은 무노조 사업장이 12.6%로, 유노조 사업장 8.2%보다 훨씬 높았다. 결국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보호의 최대 걸림돌이자 고용 불균형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드러난 것이다.

KDI의 이번 연구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효과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잘못된 정책이라는 결론이 나온 셈이다. 현실을 무시한 비정규직 사용규제가 보호받는 정규직과 그렇지 못한 비정규직의 격차를 늘리고 있다. 힘 있는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만 공고히 하는 비정규직 보호라는 얘기에 다름아니다.

KDI는 고용의 이중구조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규직의 노동유연성 확대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규직 과보호 구조를 깨고 해고·고용을 쉽게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임금과 근로시간 등 노동 조건까지 탄력적으로 운용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도 그 연장선상에서 유연화할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다.

결국 기득권 노조에 휘둘리고 있는 한국의 후진적 노동시장과 불안한 노사관계를 바꾸는 노동 개혁이 관건이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 정권에서 어렵게 이뤄낸 성과연봉제,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양대 지침 등 최소한의 개혁도 없던 일로 만들었다.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갈수록 멀어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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