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차장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우선 인터넷이 끊긴다. 구불구불한 유선 랜을 연결해야 하며, 유선 랜 연결잭이 없는 경우에는 하루 종일 업무가 불가능하다. 그 어떤 곳에서도 인터넷이 연결되는 와이파이 세상에 살고 있는 기자로서는 딴 세상에 온 느낌이었다. ‘보안’상의 이유라고는 하지만 와닿지는 않는다. 국내 공기업, 공공기관조차도 와이파이는 있다.
점심시간에도 예상 밖의 풍경이 펼쳐졌다. ‘정오 전 식사 금지’라는 규제 때문에 ‘12시 땡’ 하면 그야말로 벌떼처럼 몰려드는 인파가 순식간에 수백 미터에 달하는 줄을 잇는다. 과거에는 12시 전 구내식당으로 내려오는 직원을 감시·제지하는 또 다른 직원이 있었다 하니, 말 다했다. 이렇게까지 철저히 통제를 하는 취지는 ‘근무 시간 준수’라고 하지만, 밥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게만 느껴진다. 수천 명의 점심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만 해도 오히려 업무 효율성은 훨씬 높아질 텐데 말이다.
“현대차는 보수적인 조직 구조상,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이 떠올랐다. 보수적인 조직문화는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현대차의 현주소와 오버랩된다. 업계 전문가들도 “현대차가 생존하기 위해서라도 종전의 보수적이고 강압적인 업무 방식을 고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실제 현대차는 지금 글로벌 시장에서 생산성이 상당히 떨어진 상태다.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시간을 기준으로 현대차의 공장 생산성은 수많은 글로벌 경쟁사 대비 8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인건비는 높은 반면 1인당 생산능력은 상당히 떨어진다는 의미다.
고비용ㆍ저효율의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어려울 뿐 아니라,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 된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부진이라는 벽에 부딪힌 현대차는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중국 판매 실적은 ‘사드 직격탄’을 맞으면서 몇 년 만에 절반 이상 쪼그라들었다. 중국 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많이 받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꺼내 든 ‘중국사업본부 대규모 임원 인사’ 카드는 재도약을 위한 결단이 엿보인다.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력 회복이 시급한 상황에서 ‘안주’보다는 ‘혁신’을 택한 것이다. 보임 이후 사실상 첫 쇄신 인사를 단행한 정 수석부회장의 미래 행보를 응원한다. 수십 년간 보수적인 조직에 익숙한 인사들을 과감히 물갈이하며 세대교체를 감행한 용기도 응원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현대차에 “브레이크를 밟았다” “후진기어를 넣었다”라는 우려의 목소리보다는 “신나게 액셀러레이터를 다시 밟기 시작했다”라는 함성이 들리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