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대 경제학부 교수
자동차 산업도 물론 예외가 아니다. 기술 리서치 회사 리포트링커(Report Linker)는 자동차 블록체인 시장 규모는 2020년 3억5000만 달러에서 2030년 52억9000만 달러로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시장조사업체 BIS리서치는 2026년까지 1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두 리서치 기업의 분석 기법과 더불어 주요 활용 분야에 대한 시각이 다른 점은 흥미로운 일이다. 리포트링커는 블록체인의 스마트 컨트랙트 활용을 주요 분야로 판단하고 있는 반면, BIS리서치는 이더리움, 리플 등의 프로젝트에 대한 재무 분석을 기반으로 했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포함한 더 광범위한 적용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 자동차 산업에서의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자동차 산업은 원자재 수입부터 부품 생산, 유통, 연구개발, 조립, 마케팅, 판매, 보험 등 여러 단계를 포함한다.
최근에는 사물인터넷(IoT)과 클라우드 기술 기반의 커넥티드 카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을 이용하는 자율주행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었다. 블록체인의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한 데이터 교환, 투명성, 보안성, 신뢰성, 불변성 등이 자동차 시장에 존재할 수 있는 비효율적 시스템과 정보 불균형 문제들을 해결해 많은 이익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블록체인 기반의 거래 관련 금융서비스를 접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제조부터 유지 보수와 사고 수리 등의 이력 관리를 블록체인에 기록한다고 하자. 이때 단순히 거래 기록만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금전적 거래를 블록체인의 토큰을 이용하여 결제하는 것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결제를 다양한 형태로 만들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간도 단축하고, 가격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공급자들을 경쟁 시스템으로 유도할 수 있다.
대출서비스와 보험 구매 등에서도 토큰을 이용한, 더욱 세분되고 다양한 형태의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향후 자율주행 전기차 시대에는 전기 충전이나 통행료 지불 등 도로 위에서 필요한 결제들도 얼마든지 토큰 활용이 가능하다.
최근 자동차 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려는 기업들이 여럿 등장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은 독일의 사물인터넷 기반 블록체인 업체 아이오타와 협업해 내년 초 블록체인 기반 차량을 출시한다고 한다. 블록체인 플랫폼 회사인 ‘비세오(VISEO)’는 르노그룹 및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자동차 제조사와 보험회사, 수리업체의 데이터를 하나의 블록체인 서버에 기록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IBM 블록체인 연구소는 정보 비대칭 문제가 심각한 중고차 매매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는 서울시도 연구 중이라고 한다. 도요타모터스는 MIT, 이스라엘 스타트업과 협력하여 블록체인 기반 자동차 보험 제품을 비롯하여 자율주행차에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주 정부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을 발표하였다. 앞으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에 걸림돌을 제거하는 차원에서 30건의 규제를 정비한다는 것이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규제는 ‘조건부 자율주행’을 위한 것으로 2020년까지 정비를 마친다고 한다. 도로교통법상 ‘운전자’ 개념을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자율주행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다름없다.
선제적 규제혁신은 반길 일이지만 아쉬운 점은 여전히 포지티브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 자동차 산업에 밀접한 연관성이 있을 블록체인 기술 접목은 이번 선제적 혁신 방안에 고려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020년까지 커넥티드 카가 2억5000만 대가량 될 것이고 65% 이상의 기업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것이라고 한다. 규제가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