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시장 정책은 경쟁을 보호하는 것
루이기 진갈레스의 ‘사람들을 위한 자본주의’는 자본주의가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다룬 책이다. 오늘날 한국 자본주의도 사방에서 집중 포화를 받고 있지만 이 체제 외에 달리 어떤 체제가 있는가를 생각할 때가 많다. 이 책은 미국 자본주의의 변질을 대상으로 삼고 있지만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조국 이탈리아를 두고 작가는 “출생에 기초한 특권으로 가득 찬 나라에서 그들은 출발점의 평등을 위해 싸우는 대신 모든 선발 메커니즘들을 제거하기 위해 애썼다”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 결과는 기대와 딴판으로 나왔다. 저자는 “평등주의의 예기치 못한 결과는 대부분 무지한 졸업생들을 획일적으로 배출했다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이탈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사람을 찾는 회사에는 신뢰할 만한 채용 기준이 없는 상태가 발생하고 그 결과 유일하게 작동하는 시스템은 개인적 연고에 의한 고용이다.
그는 이탈리아를 떠나게 된 이유를 “내 아버지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이 내가 교수가 되기를 원한다면 지역의 어떤 교수에게 수수료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고 했다. 그리고 이탈리아를 떠나 미국으로 가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내는 데 성공한다. 이민한 지 6년 만에 시카고대학에서 종신재직권을 얻은 것은 대단한 성취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내가 거둔 성공보다도 나는 더 많은 것을 미국에 빚지고 있다. 생명을 빚지고 있다. 이 나라가 아니었다면 나는 이탈리아 시스템이 주는 좌절감과 수치심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소회를 밝힌다.
그런데 그가 자본주의에 관한 책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이탈리아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미국에서도 일어나기 시작한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지식인으로서 미국이 점점 정실자본주의를 닮아가는 모습에서 이것을 막아야 한다는 책무감을 강하게 느낀다. 그가 미국 자본주의에 내린 평가는 로널드 레이건 시절의 친시장주의 분위기에서 조지 부시를 거치면서 친기업주의 분위기로 미국이 탈바꿈하고 있다는 점이다. 친기업 정책을 편다는 점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은 다를 바가 없다고 꼬집는다.
그는 미국 자본주의는 ‘민관 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나라를 위하는 일을 하는 것처럼 하면서 정부로부터 납세자의 돈을 빨아들이는 프로젝트가 대거 등장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미명하에 막대한 납세자 자금이 특정 대기업 구제를 위해 사용된 점에 대해 작가는 강한 비판의 날을 세운다. 그는 자본주의의 건강함을 회복하는 유일한 길은 친기업 정책이 아니라 친경쟁 정책임을 분명히 밝힌다. 친시장 정책은 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 아니라 경쟁 자체를 보호하는 정책이어야 함을 뜻한다.
작가의 목소리에서 한국 사회가 교훈을 얻었으면 한다. “위태로운 것은 우리의 돈이 아니라 우리의 자유다. 정실주의는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고, 공부하려는 인센티브를 없애면 취업의 기회를 위태롭게 한다. 이것이 내 조국 이탈리아의 경제성장 잠재력을 강탈했다. 나는 이것이 미국의 자유마저 강탈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