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물가 감안하면 상승세vs기대인플레 감안하면 하락세..금리인상 해야vs판단키 어렵다
실질금리가 상반된 흐름을 보이면서 한국은행 통화정책 결정에도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질금리의 이같은 흐름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가 엇갈리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 1.01%를 뺀 실질금리도 2.62%를 기록 중이다. 7월에는 2.67%까지 올라 2014년 6월 2.69% 이후 4년1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반면 향후 물가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대인플레 2.7%를 뺄 경우 실질금리는 0.93%에 머문다. 이는 지난해 10월 0.86% 이후 처음으로 0%대로 주저앉은 것이다.
실질금리란 물가상승을 감안한 이자율로 자금을 빌리는 기업이나 개인이 부담하는 실질적인 금리부담을 뜻한다.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을 빼 산출한다.
결국 실질금리가 현재 물가를 감안할 경우 상승세인 반면, 미래 물가를 감안하면 하락세를 보이며 엇갈린 흐름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상승률을 빼면 사후적 이자율인 반면 인플레 기대를 빼면 사전적 실질금리가 되는 것이다. 통화정책은 미래를 내다보고 결정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인플레를 뺀 실질금리가 중요하다”며 “이 실질금리가 떨어지고 있다면 통화정책의 완화정도가 심해지고 있다고 봐야한다. 지금처럼 기대인플레가 높을때는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조정해 주는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판단키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기대인플레 자체가 낮아 목표범위 안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면 타이트닝(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면서도 “설문조사를 통한 기대인플레는 최근 실제 인플레와 상관관계가 높지 않다. 또 기대인플레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하락하고 있다 하더라도 기대인플레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대출금리(명목금리)가 최근 하락해 발생한 현상이다. 금리인상에 대한 기대가 약화하면서 명목금리가 떨어졌다고 보는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인플레와 관련해 규제가격 관련 이슈도 많아 미래 인플레에 어떻게 연결될지도 의문이 많다.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기대인플레로 본 실질금리로 금리결정을 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실질금리만을 놓고 통화정책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통화정책은 경기와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하는 것이다. 실질금리는 참고지표일 뿐”이라며 “실질금리는 통화정책 결정의 결과물일수도 있고 인풋(원인)일 수도 있다. 인플리케이션(implication·밀접한 관계)을 갖는다고 보긴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