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기준·방식에 따라 정반대 결과…“투자 참고사항일뿐”
ESG 등급은 객관적인 지표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컨설팅회사들의 평가일 뿐이다. 투자자들은 어떠한 기준으로 점수가 매겨지는지 알지 못하면서 이를 토대로 투자 여부를 정한다.
WSJ는 ESG 등급의 허점을 지적하기 위해 FTSE러셀과 모건스탠리캐피널인터내셔널(MSCI), 서스테널리틱스가 전기차 제조사 테슬라와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 석유회사 엑손모빌,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자동차 제조업체 제너럴모터스(GM)를 평가한 결과를 비교했다.
테슬라는 각 평가 업체의 기준에 따라 환경 부문에서 ‘극과 극’의 점수를 받았다. 제품에 중점을 둔 MSCI는 테슬라가 생산한 전기차가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고 친환경 기술을 택했다는 것을 이유로 들면서 거의 만점을 부여했다. 반면 생산 과정에 초점을 맞춘 FTSE는 테슬라 공장의 배출가스를 반영해 0점을 줬다.
사업 운영 정보 공개에 관해 MSCI는 관대하지만 서스테널리틱스는 상대적으로 엄격하다. 직원 복지 등 경영 관련 정보를 거의 공개하지 않는 테슬라에 대해 MSCI는 법규에 따라 운영된다고 가정하지만 서스테널리틱스는 점수를 낮게 매기고 정보 공개를 요구한다.
‘투자의 귀재’ 버핏의 버크셔도 정보 공개 부문에서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FTSE는 환경과 사회 부문에서도 버크셔에 0점을 줬다. FTSE의 ESG 점수만 고려하면 버크셔는 최악의 경영으로 문제가 있으며 사회적 책임도 다하지 않는 기업인 셈이다. 그러나 버크셔의 주주총회는 버핏이 직접 참석해 주주들의 질문에 답하고 토론하며 인터넷 생중계가 이뤄지는 ‘열린 주총’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버핏은 자신의 버크셔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부왕’으로도 유명하다.
각 요소의 점수 비중을 어떻게 구성하느냐도 또 다른 문제다. 서스테널리틱스는 사회 부문에 40%의 비중을 둔다. 엑손모빌은 환경 부문에서 부진한 점수를 근로자와 공급망, 지역 사회를 위한 강력한 정책으로 상쇄한다. 이에 엑손모빌은 5개 기업 중 상위에 올랐다. 반면 환경문제에 51%, 사회 부문에 17%의 비중을 적용한 MCSI의 평가에서 엑손모빌은 4위를 차지했다. 투자자가 어느 기관의 등급을 참고했느냐에 따라 상반된 판단이 이뤄질 수 있다.
WSJ는 ESG 등급만으로 투자할 기업을 결정해서는 안되며 기업의 잠재적 가치를 판단하는 참고 사항 정도로 봐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ESG 보고서는 각 기업의 사업 정책과 논쟁 사항에 대한 세부 정보를 제공한다면서 이를 살펴볼 것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