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총수익스와프(TRS) 거래 과정에서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증권사 17곳을 적발했다. 기업집단 10여 곳에서 계열사 간 자금 지원이나 지분 취득 등을 목적으로 악용한 사례가 30건 이상 발견됐다.
13일 금감원은 TRS 거래 관련 증권사 18곳에 대한 현장검사 결과 17곳에서 58건의 자본시장법상 영업위반 사항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사는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효성그룹이 TRS 거래를 이용해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혐의를 적발하면서 이와 관련한 실태조사를 위해 진행됐다.
2013년부터 최근 5년간의 TRS 거래가 검사 대상이 됐다. 적발된 TRS 거래들의 건당 평균 규모는 1000억 원 수준으로 총 금액규모로는 6조 원에 달한다.
우선 TRS를 매매·중개하는 과정에서 거래상대방 제한 규정을 위반한 증권사가 12곳(44건)에 달했다. 현행 자본시장법 166조에서는 금융투자회사가 일반투자자에 대해 장외파생상품의 매매·중개를 할 때는 거래 목적이 ‘위험회피’에 해당할 때만 거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투자자가 자신의 손익 변동을 헤지(hedge)하기 위한 경우에만 증권사가 TRS 매매·중개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투자자인 기업집단 소속 대기업이 계열사 자금 지원이나 지분 취득을 위해 해당 거래를 한 경우 위험회피 목적으로 볼 수 없다. 이번 검사에서 효성과 비슷하게 기업집단이 TRS 거래를 악용한 사례는 10여 곳에서 총 30건 이상 적발됐다.
증권사 3곳은 일반투자자에 해당하는 6개 회사에 위험회피 목적이 아닌 TRS를 총 9건 매매했다. 11개 증권사는 일반투자자 28개 회사에 위험회피 목적이 아닌 TRS 35건을 중개했다.
강전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장은 “증권사들이 해당 일반투자자와의 거래가 위험회피 목적에 해당하지 않음을 알면서도 자신들의 영업행위가 ‘중개’가 아닌 ‘자문’에 그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BNK·이베스트·IBK·현대차 등 4개 증권회사는 장외파생상품 영업 인가 없이 14건의 TRS를 중개했다. 장외파생상품의 월별 거래내역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증권사도 13곳(39건)에 달했다.
금감원은 TRS를 이용한 계열사 간 거래 적발 내용이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이번 검사 내용을 공정위에 정보사항으로 통지할 예정이다.
강 국장은 “다만 이번 위반 사항이 금융자문이라는 명목으로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져 해당 증권회사의 임직원이 법규 위반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다”며 “이러한 점을 감안해 조치수준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