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줄어드니 일자리도 줄어”...근로시간 단축 어려움 호소하는 기업

입력 2018-09-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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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영자총협회가 12일 주관한 ‘근로시간 단축 현장 안착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에 참가한 업계관계자들은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지키기 어려운 현실을 이야기했다. (사진제공=한국경영자총협회 )

“실무자들이 사장 사인을 받기 위해 구치소로 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2일 주관한 ‘근로시간 단축 현장 안착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에 참여한 한 참가자는 ‘주 52시간 근로제도’를 지키기 어려운 현실을 이렇게 표현했다. 현 정부 공약이었던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7월부터 시행됐다. 300인 이상 기업에 우선 적용됐고, 2021년 7월엔 전면 시행된다. 이를 어기는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정부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2가지 명분을 내세웠다. 노동자들이 저녁있는 삶을 살 수 있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기업은 인력을 더 필요로 하고, 이는 일자리 증가로 이어진다는 논리다.

포럼에 참석한 업계관계자들은 현 제도가 오히려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제도가 적용되면 드라마 제작 시간은 감소하고, 이는 제작할 수 있는 드라마 숫자가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악순환은 자연스럽게 일자리 감소라는 문제를 낳는다”고 말했다.

드라마 업계만의 얘기가 아니다. 조선업 등 일부 업종은 제도 시행 여부와 관계 없이 인력난을 겪고 있다. 김강식 한국항공대학 경영학부 교수는 “근로시간이 단축되면서 기업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인력 충원보다는 생산 자동화 같은 대안을 찾을 수 있다”며 “또 일부 중소기업은 대외적 여건으로 인해 여전히 인력을 구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7월 보고서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에도 생산성 향상 등이 확대되지 않는다면 2020년 약 23만3000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비용 부담 증가라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건설업은 날씨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는 옥외사업이다”며 “그럼에도 무작정 근로시간 단축을 적용하면 공사일수는 늘어나고 이는 비용부담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최근 근로시간 단축으로 총 공사비는 평균 4.3%, 최대 14.5%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포럼에 참석한 교수들은 대안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김 교수는 “산업에 따라 노동자가 처한 환경은 다르다”며 “정부는 지금이라도 기업 상황에 맞게 제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제도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승길 아주대 교수는 “근로시간 분야는 점진적이고 노사 자율을 중시하는 정책이 필수적이다”며 “지금이라도 EU지침, 일본, 미국 등에서 실시하고 제도를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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