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상공인 죽는다’는 목소리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정치권

입력 2018-09-05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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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민 산업2부 기자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한 달에 두 번 의무휴일을 실시한다. ‘소상공인 죽는다’는 목소리가 여론의 지지를 받아 2012년 법이 개정된 결과다. 현재 여당 의원들이 영세한 소상공인들 편에 서서 법 개정을 주도했다. 의무 휴일에 더해 대형마트와 SSM이 전통산업 보존구역의 반경 1㎞ 이내에 신규 출점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시장 논리에 희생 당하는 경제 주체를 손 놓고 바라봐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공생을 요구하는 자영업자들의 공감을 얻어냈다.

최저임금도 핵심은 공생이다. 최저임금을 주지 못하는 자영업자들은 시장논리에 따라 폐업하는 게 적절하다는 주장은 온당치 않다. 그렇게 따지면 현 SSM 의무휴일제를 포함해 상대적으로 약한 경제 주체들을 보호하는 법들은 존재 이유를 잃는다.

기습적인 폭우가 퍼부었던 지난달 29일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상공인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최저임금 인상’ 반대를 한목소리로 외쳤다. 자유한국당은 비대위원까지 합쳐 60여 명이 참석했고,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도 동참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그 사이 당 이름이 바뀌고, 야당에서 여당이 되더니 소상공인을 대변한다는 사람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임금 상승이 소비 증대로 이어져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추동할 것이라는 논리는 장기적으로 옳다. 그러나 장기적인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서민들은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지난달 22일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내놨지만 제로페이를 포함해 대부분 정책의 최소 시행일은 ‘연내’다. 광화문 광장에 나온 소상공인 모두 “당장 죽겠다”고 토로했다.

2017년까지 3년간 최저임금을 44.8% 올린 미국 시애틀에서 노동자들은 더 가난해졌다.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학 에반스 스쿨(공공정책학과)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노동자의 소득이 줄었다고 밝혔다. 오른 최저임금만큼 튕겨나가는 저임금 노동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직면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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