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에 中, 경기대응요소 도입…중국경기 민감주 주목을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위안화가 절상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 경기에 민감한 수혜주가 주목을 받고 있다.
4일 달러화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이 6.8347위안을 기록하면서 2개월 전보다 2.3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위안 환율의 상승은 위안화 가치의 하락을 의미한다. 통상적으로 화폐의 가치 하락은 중국 기업에 가격 경쟁력을 갖춰 수출을 늘리고 수익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자본이 해외로 유출되기 때문에 지속적인 화폐 가치 하락은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위안화 강세 전환할까… 미국의 ‘환율조작국’ 압박 = 최근 위안화가 강세로 전환할 것이란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는 데다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이 인위적인 위안화 절하 방식으로 수출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려 미국 기업이 피해를 입고 있다”며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히자 절상 움직임은 빨라졌다.
흥국증권에 따르면 무역가중 달러인덱스(한국을 포함해 미국과 무역이 활발한 26개국 통화와 달러를 비교해 산출하는 지수) 내 중국의 비중이 21.6%로 가장 높았다. 위안화의 가파른 가치 하락은 달러 강세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미국 달러에 대한 투기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지속될수록 미국의 압박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문제는 협상 타결 전까지 안도할 수 없다”며 “10월 미국의 재무부 환율보고서 발표에 대응해 중국 정부가 9월 중순부터 적극적인 환율 관리를 시작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은 위안화 절상을 위해 최근 경기대응 요소를 도입했다. 현재 관리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은 인민은행이 거래일마다 24개 외국 통화의 움직임을 고려해 위안화 환율을 설정해 공포하고 있다. 그러나 경기대응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다른 통화들의 움직임에다가 당국의 임의적인 판단을 추가해 위안화 기준환율을 결정할 수 있게 됐다. 찐링 KB증권 연구원은 “인민은행은 위안화 절하 가속화에 따른 자본 유출 야기에 대한 조치로 위안화 안정화 의지를 적극 피력하고 있다”면서도 “미중 양국의 경기상황, 통화정책상의 괴리, 무역분쟁 장기화 등 이슈가 지속되는 만큼 흐름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다솔 흥국증권 연구원은 “중국 입장에서 위안화 절상은 미국과 중국 간 격화된 무역전쟁 양상이 다소 진정되고 있음을 시장에 전달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며 “또 증시와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에 대한 명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분석했다.
◇위안화 절상 시 국내 최대 수혜株는? = 위안화 가치 절상은 중국과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증시로 자금 유입을 다시 늘리는 요인이기 때문에 중국 증시에 민감한 국내 업종들이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강재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위안화 절상으로 원화 가치도 높아지면 외국인 자금이 유입돼 자금 이탈 강도가 강했던 경기민감 섹터에 대한 수요가 강해질 것”이라며 “신흥국 주식이 선진국 주식을 아웃퍼폼(시장수익률 상회 기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안화 가치와 상관관계가 높은 △철강 △비철금속 △기계 △에너지 관련 종목이 크게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들은 중국 증시와 상관계수가 높으면서도 하반기 순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등 이익 모멘텀 역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용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위안화 강세 선회로 무역분쟁의 최대 피해주이자 시장 대비 밸류에이션이 급락한 한국 반도체 밸류체인(가치사슬)의 저점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특히 중국인 입국 수요가 늘어나면 △화장품 △유통 △미디어 △엔터 △패션 등 소비재 위주의 업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흥국증권은 위안화 절상 수혜 업종으로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 경기민감 업종을 꼽았다. 특히 중국 정부의 내수 활성화 정책으로 혜택을 보는 중국 내 테마 수혜주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다솔 흥국증권 연구원은 “위안화의 강세 전환 가능성과 달러의 강세가 제한될 수 있음을 가정하면 글로벌 증시의 균형이 맞춰지는 쪽으로 무게가 쏠릴 것”이라며 “제약이 큰 상황임을 염두에 두고 수혜 가능성 측면에서 국내 증시의 투자 전략을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