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아시안 게임에서 우리 선수들이 평소에 갈고 닦은 기량을 다 펼침으로써 거푸 메달을 따고 있다. 그러나 불운하여 기량을 다 펴보지도 못하고 탈락하는 경우도 있어서 안타깝다. 모든 선수들이 기량을 다 펼 수 있도록 국민들의 진심어린 응원이 필요한 때이다.
기량을 ‘기술 기(技)’, ‘양 량(量)’을 쓰는 ‘技量’인 줄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적잖다. 기량을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의 양’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기량은 ‘技倆’이라고 쓴다. ‘倆’은 본래 ‘人(사람 인)+兩(두 량)’의 구조로 이루어진 글자로서 ‘두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사람이 가진 기술이나 능력은 두 사람(편)이 서로 겨뤄봐야만 그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이로부터 ‘倆’에 ‘두 사람(혹은 팀)이 서로 겨루다’라는 뜻이 더해졌고, 그렇게 더해진 ‘겨루다’라는 뜻에서 더 나아가 ‘재주’, ‘기술’이라는 뜻으로까지 확대되어 지금은 대부분 ‘재주 량’이라고 훈독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량과 기술은 어떻게 다를까? 국어사전은 기술을 “사물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이나 능력”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기량에 대해서는 “기술적인 재간이나 솜씨”라는 풀이를 하고 있다. 두 뜻을 비교해 보면 “기술을 잘 펼칠 수 있는 능력”을 일러 ‘기량’이라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첨언하자면, 기술이 주로 ‘사물’을 잘 다루는 재주라고 한다면, 기량은 대부분 사람을 상대로 드러내 보이는 능력을 이르는 말로 쓰인다.
기술을 연마하면 기량이 쌓인다. 그런데 기술을 기술로만 익히면 어느 정도에 이르러 더 이상 향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익힌 기술을 다른 사람을 위해, 혹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얼마나 값있게 쓸 것인지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과 뜨거운 열정이 있을 때 기술은 거의 무한대로 향상된다. 기량은 단순히 손끝에 달린 기술만을 이르는 말이 아니라, 인간성과 인간애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