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 닫고, 관광버스 전세해 광화문에 모인 소상공인…“최저임금 인상 반대”

입력 2018-08-29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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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추산 1만5000명 참가…참석자 20명 삭발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소상공인연대)가 29일 서울 광화문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샴푸만 해주는 스탭 월급이 한 달에 120만 원 정도였는데 이제는 200만 원 넘게 줘야 할 판입니다”

강원도 춘천에서 올라온 김 모(55) 씨는 오늘 하루 가게 미용실 문을 닫고 서울까지 올라온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춘천에서만 30명이 왔다”며 “파마 가격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한데 최저임금은 2년간 29% 오르는 게 말이 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오후 김 씨와 같은 소상공인들이 전국 각지에서 몰려 서울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웠다. 소상공인 생존권 운동연대(소상공인연대)는 이날 오후 4시 광화문에서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열었다.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한미용사회중앙회 등 60개 업종단체와 경기도소상공인연합회, 인천광역시소상공인연합회 등 87개 지역단체가 참가해 한목소리로 ‘최저임금 인상’을 규탄했다.

◇“오늘은 소상공인들의 날” =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하기 전인 3시 30분경 소상공인들의 표정은 마냥 어둡지만은 않았다. 며칠 전부터 가게 문을 닫을 준비를 하고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상인들의 모습에서는 들 뜬 마음도 읽혔다.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줄을 서서 인증샷을 찍는 풍경도 펼쳐졌다. 셀카봉을 가져온 상인들은 서로 어깨동무를 한 채 상인들은 ‘소상공인도 함께 사는 나라’라는 부채를 들고 한쪽에서 연신 셀카를 남겼다.

행사 시작 10분 전 천막 아래서 만난 여성 소상공인들은 하나 같이 깔끔하게 고정된 머리와 메이크업으로 시선을 끌었다. 대한미용사회중앙회에 소속된 이들은 모두 미용실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었다. 서울 강북구에서 16년간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조 모(44) 씨는 “강북구에서 미용실을 하는 50여 명이 같이 왔다”며 “비가 와도 행진까지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기 안양시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촬영을 하고 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

전라북도 익산에서 양꼬치 집을 하는 이 모(35) 씨는 지방 소상공인들의 사정을 설명했다. 가게를 연 지 28개월 째라는 그는 “2개 지점에서 직원 12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최저임금 이하로 받고 일하는 직원들이 반 이상”이라며 “지방에서는 최저임금 이하로 직원과 사장이 합의해서 고용하는 경우가 흔하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신 추석 같은 명절에 더 챙겨주는 식”이라며 “최저임금을 맞춰주면 12명 고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직원들도 고용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늘 전북에 있는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원만 200명이 넘게 왔다”고 덧붙였다.

대구광역시에서 한식당을 하는 조 모(59) 씨는 “직원 4명을 고용하고 있는데 작년에 한 명 줄이고 그 대신 내가 더 일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직원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그는 “대구에서만 버스 8대가 올라왔다”며 “매달 한국외식업중앙회에 회비 3만5000원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빗속에도 계속된 ‘최저임금 인상 반대’ = 오후 4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자 밝은 표정이었던 소상공인들도 웃음기를 감췄다. 시간이 갈수록 빗줄기는 거세졌고, “최저임금 인상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는 높아졌다.

마이크를 잡은 제갈창균 한국외식업중앙회 회장은 “최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영세 자영업자를 궤멸시키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명분이 영세 근로자를 실직자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일은 자영업자, 소상공인, 근로자, 국민 모두가 맘껏 웃을 수 있어야 한다”며 “동지 여러분들의 광화문 집회는 우리 현실을 인식하고, 우리 아픔을 세상에 알리고, 사회 모순을 뛰어넘는 도약과 비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후 5시 6분 서울시에서 비 피해 예방을 당부하는 문자가 왔다. 우비를 입고 근처 건물로 들어가는 참석자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행사는 계속됐다. 5시 20분경 원상우 용인 서해회바다 대표는 대통령을 향한 호소문을 낭독했다. 원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해 삭발을 했다며 “머리카락을 자르면서 어머니와 아버지 얼굴이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가 암 진단을 받고도 두 달을 쉬지 못하고 가게로 오셨다”며 “최저임금을 지급할 능력이 안 돼 직원을 내보내면서 일손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서 소상공인 20명은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뜻으로 삭발에 나섰다. 호소문 낭독, 최저임금 인상 반대 연극 퍼포먼스 등이 끝난 뒤 참석자들은 청와대 앞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소상공인연합회 측은 이날 집회 인원을 3만 명으로 추산했다. 다만 비 피해 예보로 참석 인원은 애초 예상보다 적은 것으로 파악됀다. 경찰 측은 참석자 1만5000명으로 이날 집회가 신고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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