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독점 특수성 있어 백화점 매장 임대와 달라"…오는 29일 결심공판
경영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격호(97) 롯데그룹 명예회장 측이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을 가족에게 임대한 혐의는 배임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강승준 부장판사)는 17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ㆍ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 명예회장에 대한 항소심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신 명예회장 측 변호인은 "검찰은 영화관 내 매점을 직영으로 운영하지 않고 임대한 것 자체가 배임이라고 주장한다"며 "그 바탕에는 독점적 고수익이 보장되는 사업을 왜 임대로 주느냐는 생각이 깔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따지면 공항이나 철도역사가 임대로 주고 있는 매점들 전부 다 배임으로 봐야 하느냐"고 짚었다.
변호인은 또 "검찰은 임차한 회사들이 아무런 노력 없이 이익을 취득했다고 하는데, 직접 매점 인테리어와 시설을 관리했고 직원도 뽑아서 독자적으로 운영했다"며 "직영으로 운영할 때보다 임대할 때 매출 원가율도 더 높았던 것은 임차 업체의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신 명예회장이 받는 혐의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했다. 변호인은 "일제 시대에 태어난 신 명예회장은 1세대 기업인으로서 자신과 기업집단을 서로 구분하지 못하는 낡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며 "비난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그러한 사고방식 때문에 자신이 갖고 있던 주식 3600억여 원을 회사에 무상으로 증여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양형에 참작해줄 것을 강조했다.
이어 "신 명예회장은 만 95세 이르는 고령인 만큼 항소심에서 실형 그대로 유지된다면 아주 단기간의 구금 생활이라도 건강에 치명적이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검찰은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은 영화관 손님들이 소비자라는 점 등에서 특수성 있는 사업인 만큼 백화점이나 철도공사의 임대 매장과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변호인 측 주장을 반박했다. 또한 "매점을 임차한 서미경 씨와 신영자 씨가 경쟁 업체인 CGV나 메가박스에 비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매점을 운영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롯데는 피고인이 성장시키고 발전시킨 회사지만 신격호의 회사는 아니다"며 "그럼에도 직계 가족의 이익을 위해 영화관 매점을 임대로 주는 등 자기 회사처럼 운영했다"고 꼬집었다.
롯데그룹 경영비리에 대한 결심 공판은 오는 29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린다. 이날 신 명예회장을 비롯한 피고인 9명이 모두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신 명예회장은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59) 씨와 장녀 신영자(76) 전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운영하는 회사에 영화관 매점 사업권을 몰아줘 774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앞서 1심은 신 총괄회장에게 징역 4년에 벌금 35억 원을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