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줄고 공짜 야근 늘고…‘주 52시간’ 불만 폭주

입력 2018-08-1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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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단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지나면서 월급이 줄어든 노동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16일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는 지난달부터 이 같은 고충을 토로하는 글 수백 건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잔업과 야근에 따른 시간 외 수당이 임금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산직 노동자들은 줄어든 월급 명세서를 받아들면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산직에서 일하는 20대 여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주 52시간이 시행되며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닌, 로봇처럼 주어진 시간 안에 일하기 위해 화장실도 못가고 일하고 줄어든 월급에 어쩔 수 없이 알바(아르바이트)를 하며 투잡을 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남편이 대기업 생산직에서 일한다는 청원인은 “생산직은 일하는 시간이 돈으로 직결되는 구조”라며 “월급 앞자리가 바뀌어 남편이 휴가 때도 일용직을 알아보러 다니더라”고 토로했다.

생산직뿐 아니라 건설업, 특수경비원, 조리사 등 다양한 직종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공항공사의 특수경비원으로 근무한다는 청원인은 “주 52시간으로 바뀌어 야간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한 달 넘게 근무하고 있다”며 공짜 야근을 지적했다.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청원인은 “일하는 시간이 길어야만 일하는 날짜가 많아야 먹고살 수 있다“며 ”대통령님이 현장에서 노동자와 직접 대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정유회사에 다닌다는 청원인은 “공장 가동을 중지할 수 없는 3교대 근무자”라며 “사측은 인력도 뽑지 않고 탄력근무제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청원인은 “노동자의 업무강도가 높아지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교대 근무자들에게 52시간 근무는 쉬는 날이 더 없어지는 법이고 휴가도 못 내는 법”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구내식당 조리일을 하고 있다는 청원인은 “52시간 전에는 월급이 200만 원은 넘었는데 지금은 170만 원 정도”라며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알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달 23일 직장인 557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으로 달라진 점’을 조사한 결과 임금 감소(18.1%)를 가장 많이 꼽았고, 비공식 야근(12.8%)이 뒤를 이었다. 부업 시작(5%), 근로시간 단축 안 하는 기업으로 이직(5%)을 꼽은 응답도 적지 않았다.

정부는 산업 현장의 극심한 혼란이 예상되자 시행을 불과 열흘 앞두고 6개월간 처벌을 유예하는 계도기간을 두는 땜질 처방을 내놓았다. 정부는 주 52시간제 안착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아직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시행을 닷새 앞둔 지난 6월 26일 ‘유연근로시간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게 전부다.

전문가들은 근무환경이나 업무량 축소 등 제반 사항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서 제도가 시행됐다며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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