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지난달 금융지주에서 이러한 내용을 담은 ‘지배구조 내부규정’을 개정했다. 개정한 조항은 최고경영자(CEO) 후보자 추천 절차를 다룬 제36조다. 새 조항은 지주 내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가 대표이사와 은행장 후보자를 여러 명 추천하도록 한다. 추천을 받은 임추위는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에 따라 법규에서 정한 자격 기준 및 자질, 역량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적합한 은행장 후보자를 주주총회에 추천해야 한다’고 정했다. 이전 규범에는 행장 후보자의 ‘복수 추천’ 여부가 명기되지 않았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모호하게 있던 조항을 명확하게 한 것”이라며 “CEO 선임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금융감독원이 지난해부터 수차례 지배구조 투명성 문제를 언급하자 ‘명분 쌓기’ 용으로 미리 대응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하나금융을 비롯해 신한·KB·NH농협 등 4개 금융지주는 그동안 계열사인 은행 장을 사실상 내정해왔다. 지주 내 임추위가 한 명의 최종 후보자를 정하면 은행 임추위가 그대로 승인해 주주총회에 올리는 식이다. 지주 임추위는 지주 회장과 사외이사 등으로 구성한다. 이 때문에 사실상 회장 입맛에 맞는 사람을 행장으로 앉힌다는 비판이 있었다.
실제로 2001년 9월 첫 지주회사로 출범한 신한금융을 비롯해 하나금융(2005년), KB금융(2008년), 농협금융(2012년) 모두 그동안 단 한 명의 후보를 행장으로 정했다. 은행 임추위에서 해당 후보를 거부한 적은 없었다.
금감원이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집중한 것도 이 때문이다. 금감원은 올해 초부터 KB·신한·농협·하나·BNK·DGB·JB·한국투자·메리츠금융 등 9개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들여다봤다. 금융회사의 취약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시스템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지난달 지배구조 관련 금감원 경영실태평가를 받은 하나금융이 경영등급이 나오기 전에 미리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평가 결과는 1~5등급으로, 2~3달 안에 나온다. 회장 연임 등 문제로 껄끄러웠던 금감원과의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나머지 금융지주 내 은행들은 CEO 선임 절차와 관련, 특별히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주 이슈라서 지주와 함께 의견을 정리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제도 취지는 좋지만 중요한 것은 의지”라며 “지배구조 문제는 제도를 투명하게 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 달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배구조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