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부 차장
산업연구원의 직장인 휴가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들은 평균 연차휴가 15.1일 중 절반 정도인 7~8일만 사용했다. 만약 1년 이내에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거나 1년이 지나기 전 퇴직하는 등의 사유로 더 이상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한다면 연차휴가 일수에 상응하는 임금인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런데 연차도 못 쓰면서 수당도 받지 못하는 직장인들이 있다. 바로 ‘연차휴가사용촉진제’ 때문이다. 연차휴가촉진제란 기업이 휴가 사용기간 만료 6개월 전에 노동자에게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를 사용할 것을 장려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03년 휴가 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도입됐다. 휴가는 돈으로 보상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니 의무적으로 다 쓰라는 취지였다.
노동자가 구체적인 휴가 시기를 지정하지 않을 때에는 회사가 시기를 지정해 연차휴가를 사용하도록 한다. 문제점은 여기에 있다. 회사가 사용 시기 지정을 통해 연차를 사용하라고 했어도 노동자가 이를 사용하지 않는 경우 회사가 휴가 미사용분에 대한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대체 인력이 부족하거나 업무 과다, 사내 문화 등으로 연차휴가를 쓸 수 없는 상황인데도 회사가 휴가 날짜를 정해 통보하면 쉬지도 못하고 수당도 받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노동자의 쉴 권리를 위한 제도가 거꾸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연차미사용수당을 지급하는 회사는 줄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2013년 회사의 73.7%가 수당을 지급했지만 2016년 한국노동연구원의 조사에서는 57.8%만 지급했다.
잘 쉬고 잘 놀아야 경제도 잘 돌아가고 노동자의 업무 효율성도 높아진다. 산업연구원은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100% 사용할 경우 이로 인한 여가소비 지출 증가로 국내생산은 29조3570억 원, 부가가치는 13조1341억 원, 신규고용은 21만8115명의 직·간접 경제효과가 유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막대한 경제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연차휴가촉진제가 회사가 수당 지급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잘못 사용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연차휴가 사용촉진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매년 노동자별로 해당 연도의 연차 유급휴가 일수를 노동자에게 사용자가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업장별로 근로자별 연차 유급휴가 일수, 사용일수를 기록하는 연차 유급휴가대장을 작성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제도 보완을 통해 악용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연차휴가는 회사의 허락을 받아야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마음껏 쓸 수 있는 권리다. 연차휴가사용촉진제는 사용자가 노동자들에게 연차휴가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가 아니라, 노동자의 휴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제도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빨리 직장인들이 실질적으로 휴가를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