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 3일 마크롱 대통령 만나 협상 지지 설득 예정
1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싱크탱크 국립경제사회연구원(NIESR)은 영국이 브렉시트에 대한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며 EU에 더욱 많은 재정적 기여를 하거나, 이민자를 받아들여 EU 시장 접근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는 영국 정부가 제안한 ‘브렉시트 백서’ 보다도 더 완화한 방안이다.
NIESR은 “영국 정부는 스위스와 같은 자유로운 시장 접근을 목표로 하면서도 이민 시스템은 폐쇄적”이라면서 “우리는 정부가 EU에 더 양보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그에 준하는 자격으로 EU와 교역해왔으며 대신 EU 시민과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하고 있다.
NIESR은 지난달 테리사 메이 총리가 발표한 브렉시트 백서가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영국 경제가 성장하려면 EU 시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브렉시트 결정 이후 경제 부진을 겪은 영국은 올해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1.75% 성장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처럼 완만한 성장조차도 영국이 상품 및 서비스의 EU 접근을 유지하는 데 의존하고 있다. 백서에 따르면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 EU 단일 시장과 관세 동맹에서 철수한다. NIESR은 백서대로 실행되면 영국 국민 1인당 500파운드(약 73만 원)의 생산성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이 EU와의 협상 기한인 내년 3월까지 아무것도 정하지 못한 채 ‘노 딜(No Deal) 브렉시트’를 한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자그짓 차다 NIESR 이사는 “노 딜 브렉시트로 인한 손실은 1인당 800파운드가 될 것”이라면서 “일부 전망에 따르면, 두 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 딜이 현실화하면 영국 경제는 불확실한 상황에 투자를 꺼리는 외자 유출로 인한 파운드화 약세 등 타격이 불가피하다.
차다 이사는 “영국에서 EU 탈퇴에 대한 불확실성은 성장을 위한 정책 개발을 제한하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영국 전체가 비정상적인 규모의 불확실성에 휩싸여 있다”면서 “전염병과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NIESR 제안대로 영국 정부가 소프트 브렉시트의 수준을 높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메이 총리의 운신 폭이 좁기 때문이다. 그는 브렉시트 백서에 반발한 강경파와 불화를 겪으며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다. 메이 총리가 브렉시트 후에도 EU와 긴밀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히자 ‘하드 브렉시트’를 주장하던 데이비드 데이비스 브렉시트 장관과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사임했다. 여당 의석은 의회 과반수에 미치지 못해 추진력도 약하다.
다음 달 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메이 총리는 휴가까지 반납하며 소프트 브렉시트 설득에 나섰다. 3일 메이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EU와 영국의 브렉시트 협상 지지를 촉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