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유독(惟獨)과 유난히

입력 2018-08-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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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는 말이 넘쳐나고 있다. 그런데 이런 더위에 대해 일부 언론은 “유독 더운 올 여름”, “올 여름이 유독 더운 까닭은…” 등 유독이라는 말을 사용하여 보도하였다.

‘유독’과 ‘유난히’는 같은 뜻일까? 아니다. 유독은 ‘唯獨’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오직 유’, ‘홀로 독’이라고 훈독한다. ‘唯’는 ‘생각할 유(惟)’와 통가(通假)하는 글자이므로 ‘唯’ 대신 ‘惟’를 사용하여 ‘惟獨’이라고 쓰기도 한다. ‘唯獨’은 글자 그대로 ‘오직 홀로’라는 뜻이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사건이든 그것이 ‘단 하나’임을 표현할 때 ‘惟獨’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다.

예문으로 “100명 중 99명이 출석했는데 유독 너만 연락도 없이 결석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는 문장을 들 수 있다. 따라서 과거 수천 년을 살아보지도 않았고, 미래 수만 년을 살 수도 없는 사람이 “올여름이 유독 덥다”고 하는 것은 전혀 말이 되지 않는다. 과거의 여름을 다 경험하지 못했고 사후의 여름은 경험할 수도 없어서 올여름이 유독인지 아닌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올여름은 유난히 덥다”고 해야 맞다.

‘유난히’에 대해 국어사전은 순우리말이라는 설명과 함께 “언행이나 상태가 보통과 아주 다르게”라는 풀이를 하고 있다. 비록 국어사전이 ‘순우리말’이라고 했지만 필자는 ‘너무 심하여 어지러움(亂)이 있을 정도’라는 뜻에서 ‘있을 유(有)’와 “어지러울 난(亂)”을 사용한 ‘유난(有亂)히’라는 말이 탄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좋은 정도가 넘쳐서 현란(眩亂:눈이 아찔할 정도)할 정도일 때는 ‘眩亂’의 ‘亂’을 취하고, 매우 나쁜 경우에는 혼란(混亂)하다거나 심란(心亂)하다는 의미의 ‘亂’을 취하여 ‘有亂히’라는 말을 사용했을 수 있다는 추론을 해본 것이다. 유난히 더운 올여름, 동료들은 다 건강한데 유독 나만 건강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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