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잘 넘어지기

입력 2018-08-01 10:39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김주원 NH농협금융 준법지원부 팀장
지난해 4월 19일자 객석에 ‘도전하기 딱 좋은 나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생애 첫 유도경기에서 느낀 도전정신이 주제였다. 멋진 한판승을 거둘 때까지 계속 도전하겠다는 다짐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3월 4일에 개최된 ‘제15회 삼일절 기념 유도대회’에 다시 출전했다. 꾸준히 운동했기에 나름대로 자신감도 있었다.

두 번째 나서는 경기이지만 경기장에 들어설 때 느끼는 긴장감은 여전했다. 국가대표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인사를 나누고 2분간의 경기가 시작됐다. 상대방 선수의 도복 깃을 잡는 순간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몸에 힘이 들어가고 서두르기 시작했다. 어설픈 자신감에 무작정 밀어붙이다가 한순간에 되치기를 당했다. 또다시 한판패다. 1승 맛보기가 정말 어렵다. 그래도 낙법을 치면서 잘 넘어졌다.

첫 경기에서 도전정신을 배웠다면 이번에는 넘어지는 법을 배웠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유도도 기초인 낙법이 가장 중요하다. 낙법을 잘못 쳐 다치는 날에는 새로운 도전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몇 년 전 나에게 유도의 기초를 가르쳐 주신 장정수 전 볼리비아 유도대표팀 감독님은 낙법을 ‘온몸으로 손뼉치기’라고 부른다. 손뼉을 제대로 쳐야 건강하듯 낙법을 제대로 치면서 넘어져야 몸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도 초보자에게는 메치기를 당하면서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이 가장 두렵다. 그래서 대부분 초보자들은 낙법을 칠 때 눈을 감는다. 당연히 제대로 넘어지기 어렵다. 몸에 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넘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제대로 넘어질 수 있다. 언제부턴가 나는 낙법을 칠 때 눈을 뜬다. 비록 한판으로 졌지만, 잘 넘어질 수 있었던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잘 넘어졌기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고, 한판승을 향한 도전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도 한순간의 방심으로 넘어질 수 있는 것이 유도이다. 아쉬워하면서도 담담히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모습이 멋있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넘어짐’은 ‘실패’의 다른 이름이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누구나 넘어질 수 있다.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는 잘 넘어져야 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