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욱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전문위원
그런데 이 두 가지의 세금을 비교하여 증여나 양도를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증여세는 양도소득세를 대체하는 세금이 아니기 때문에 부담할 세액의 크기를 선택의 기준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증여세는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하여 안 내도 될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고, 궁극적으로 미래 언젠가 부담할 증여세나 상속세를 지금 내는 것이다. 즉 어차피 내야 할 부(富)의 이전(移轉)에 대한 세금을 지금 내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양도 후 증여’와 ‘증여’를 비교하면 유·불리를 좀 더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다. 만약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5억 원에 양도하고 양도소득세를 납부한 후 그 자금을 증여하면 4억500만 원에 대한 증여세 약 5800만 원을 납부하게 되기 때문에 ‘증여’에 비하여 5700만 원이나 불리하다. 만약 부동산이 비사업용 토지에 해당하거나 중과세 대상 주택에 해당한다면 ‘양도 후 증여’는 훨씬 더 불리해진다. 양도차익이 크고 중과세 대상이어서 양도소득세 부담이 클수록 ‘증여’가 상대적으로 유리해진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증여를 통하여 양도소득세를 생략하는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증여받은 부동산의 양도 시기는 증여일로부터 5년 이상 경과한 다음이어야 한다. 법률상 양도를 금지하는 기간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수증자가 증여받은 부동산을 5년 이내에 양도할 경우에는, 증여 당시 평가액을 취득가액으로 계산하지 않고 증여자의 취득가액을 수증자의 취득가액으로 양도차익을 계산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 계산상 손해를 볼 수 있다. 즉 증여 후 5년 이내에 증여받은 부동산을 양도할 경우에는 증여 당시 평가액(5억 원)을 취득가액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증여자의 취득가액인 1억 원을 취득가액으로 계산하게 된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세가 시행되면서 임대주택 등록이 증가하고 있는데, 수도권 내의 주택으로 기준시가가 6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은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더라도 양도소득세 중과세 배제를 약속받지 못한다. 이러한 경우에도 증여가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만, 증여자가 증여하는 주택 외에 다른 주택을 양도할 때나 수증자인 자녀가 증여받은 주택을 양도할 때, 수증자인 자녀가 세대 분리가 가능한 상태일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어린 자녀에게 증여했다가는 세대를 기준으로 하는 양도소득세 중과세 판단에 있어 증여 이후에도 세대 기준으로는 주택 수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수증자인 자녀에게 중과세를 떠넘기는 효과가 없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이미 주택을 보유한 자녀에게 증여하면 자녀가 다주택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만약 부모로부터 주택을 증여받은 후 자녀가 당초 보유하던 주택을 3년 이내에 양도하면 당초 주택은 ‘일시적 2주택 특례’를 적용받아 비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으므로 자녀가 3년 이내에 원래 자녀가 소유하던 주택을 양도할 예정이거나 5년 이상 경과 후 증여받은 주택을 양도할 계획이 가능할 때 증여를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증여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증여재산 평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증여재산을 더 높게 평가함으로써 당장의 증여세를 더 부담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증여세를 계산하는 데 있어 증여재산은 시가(時價)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시가를 알 수 없는 경우에는 기준시가로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기준시가가 시가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시가를 알 수 없는 경우라면, 굳이 시가로 평가해서 증여세를 더 부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증여재산 평가액이 향후 양도차익 계산상 취득가액이 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증여세의 세율이 수증자가 향후 부담할 양도소득세의 세율보다 낮다면 증여재산을 적극적으로 시가평가하여 증여세를 조금 더 부담하더라도 향후 수증자가 부담할 양도소득세가 그 이상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감정평가액은 세법상 시가로 인정되는데, 납세의무자가 감정평가를 하여 증여하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