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채권자 협약 재정비하고 향후 기촉법 제정 재추진 예정이지만 포괄 협약 강제성 없어 한계…일각선 법원 중심 구조조정 전환 지적
‘워크아웃’ 법적 근거인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이 이달 말 사라지면서 금융당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위원회는 우선 채권금융기관 협약을 정비한 뒤 기촉법 제정을 다시 추진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기촉법을 폐지하고 법원 중심의 구조조정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촉법에 매달리는 금융당국 = 최근 금융위원회는 모든 채권금융기관과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가 공전하면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어렵다”며 “(법이 일몰되면) 금융기관들이 모두 참석하는 협약을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촉법과 달리 강제성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 관계자는 “국회 회기가 시작하면 다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구조조정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채권단이 주도하는 워크아웃과 법원 중심의 기업회생절차다. 기촉법과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이 각각 적용된다. 워크아웃은 채권금융기관이 기업 신용위험평가를 한 뒤 부실기업을 공동으로 구조조정하는 제도다. 기촉법은 2001년 제정돼 이후 5차례 개정을 거쳤다. 2016년 3월 발효된 현행법은 이달 30일 끝난다.
금융당국은 구조조정 제도가 미숙한 상황에서 기촉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워크아웃은 통상 부실기업이 영업을 계속할 수 있고, 추가 자금 지원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월 열린 ‘기촉법 성과와 평가’ 공청회에서 “기촉법은 늘어나는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유용한 수단이자 위기 시 국가 경제에 파급효과가 큰 산업을 지원하는 제도적 틀”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기촉법 연장에 사활을 걸었으나 지방선거 등으로 사실상 물 건너갔다. 4월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까지 기촉법을 연장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심사도 넘지 못한 상황이다.
◇“기촉법, ‘소란스러운 빈 수레’에 불과” = 일각에서는 이번 기회에 기촉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 주도로 이뤄지는 워크아웃은 ‘관치금융’으로 구조조정 과정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국민 돈으로 부실기업의 손실을 떠안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적자금이 부실기업 회생보다 채권자 손실을 메우는 데 쓰이는 점도 문제다.
18일 이학열·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기촉법 토론회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왔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날 “회생법원 출범으로 통일적 원칙하에 도산 사건을 처리 가능하다”며 “기촉법 유지는 금융위와 산은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명분을 제공하는 ‘소란스러운 빈 수레’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치금융이란 국가기간산업 등을 고려,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의도적으로 집어넣느냐 문제”라며 “반드시 산업은행을 통해 돈을 집어넣으라고 할 수 있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제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지난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대기업은 5곳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과 금호타이어 모두 워크아웃이 아닌 자율협약을 택했다. 워크아웃을 하더라도 법원 회생절차에 비해 성공률이 낮고 기간도 오래 걸린다. 워크아웃 평균 기간이 회생절차보다 1년 이상 길다. 이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의 분석 결과다.
2016년 3월 금융채권자 범위가 확대되면서 채권자 간 협의를 이루기 쉽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회생절차에 능통한 한 법조인은 “기촉법에 따라 모든 금융채권자가 협상단에 들어와 있지만 협의 자체가 없다”며 “워크아웃하면서 시간을 질질 끌고 돈을 소진해서 회생절차에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역시 기촉법 상시화나 폐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이 법조인은 “워크아웃은 채권 은행들이 모여서 자율적으로 협상하고 신규자금을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기촉법과 회생절차를 결합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