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불안ㆍ치매 부른다…응급실 정신질환 15%는 무더위 탓

입력 2018-06-06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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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보건대학원 분석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국내에서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 7명 중 1명은 폭염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불안 증상으로 입원한 환자 3명 중 1명은 폭염이 원인으로 나타났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김호 교수팀은 2003∼2013년 사이 국내 6대 도시(서울, 인천, 대전, 대구, 부산, 광주)에서 있었던 폭염과 정신질환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최근호에 발표됐다.

연구팀은 총 11년의 조사 기간에 기온이 상위 1%에 해당하는 29.4℃ 이상을 폭염으로 정의하고 같은 기간 정신질환에 의한 응급실 입원 16만6579건에 미친 영향을 살폈다.

이 결과 고온 노출과 정신건강 사이에 강한 연관성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정신질환으로 응급실에 입원한 환자의 14.6%가 폭염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했다. 이 중에서도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19.1%로 나타나 젊은층보다 상대적으로 고온에 더 취약함을 보여줬다.

폭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정신질환 비율은 '불안'이 31.6%로 가장 컸다. 치매 20.5%, 조현병 19.2%, 우울증 11.6%로 집계됐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 결과가 고온에 대한 이전의 연구들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중국 상하이에서는 임계온도가 33.1℃인 경우 정신질환 관련 병원 입원 위험이 최대 26.6%까지 높아진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또 해외의 여러 연구에서 여름 동안의 폭염이 정서적, 신체적 불편을 초래해 불안을 촉발하고, 과도한 열기와 습도가 우울증 발생을 증가시킨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노인의 경우 상대적으로 생리적 적응력이 떨어지고, 체온조절이 덜 효율적이기 때문에 이런 위험이 더 크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김호 교수는 "고온에 지나치게 노출돼 신체가 체온조절의 한계점을 초과하면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와 체온조절 중추의 이상 등으로 정신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폭염에 의한 정신질환 피해와 공중보건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건정책 입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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