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이슈] “쿠바와 이란 비행기 추락. 미 경제 제재가 원인”

입력 2018-05-31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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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부품 구입로 막혀 안전 확보 어려움…노후 비행기 사고 잇따라

▲18일(현지시간) 쿠바 경찰과 군 관계자들이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쿠바 국영 항공사 소속 항공기가 이날 쿠바 아바나 호세마르티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추락해 112명이 사망했다. 아바나/EPA연합뉴스
쿠바와 이란에서 발생한 대형 항공 사고의 원인이 미국의 경제 제재일 수 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분석했다.

미국의 ‘적대국’에서 항공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쿠바 국영 ‘쿠바나 데 아비아시온’의 보잉 737 항공기가 이달 중순 아바나 호세마르티국제공항에서 이륙한 직후 추락했다. 이 사고로 112명이 사망했다. 2월에는 이란 아세만항공 여객기가 테헤란에서 출발한 후 산에 부딪혀 완파됐다. 승객과 승무원을 포함한 탑승객 65명이 전원 사망한 비극적인 사고였다. 이들은 미국이 경제 제재를 가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항공기 사고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두 나라의 치명적인 사고는 미국의 제재가 이유라고 전했다.

미국의 제재가 가해지면 미국, 유럽의 항공기 제조사로부터 비행기를 사기 어렵다. 제재 대상국 항공사는 노후 비행기를 그대로 쓰거나 임대를 택한다. 유지 보수를 위한 예비 부품도 암시장을 통해 구할 수밖에 없다. 안전 확보가 어려운 게 당연하다.

쿠바는 미국의 오랜 금수 조치로 민간 항공사가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다. 국영 기업도 항공기를 사지 못한다. 미국에 수출 허가를 요청할 수 있으나 자금이 부족하다. 쿠바의 사고 항공기는 멕시코 항공사 글로벌에어 소속으로 쿠바나가 임대 계약으로 들여왔다. 1979년 제작돼 39년 된 노후 항공기이다.

이란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을 맺기 전까지 서구 비행기 제조사의 판매금지로 비행기를 수입하지 못했다. BBC는 이란이 최근 몇 차례 항공 사고를 겪었으며 노후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핵 개발을 막기 위해 시행한 제재로 새 항공기 구매와 부품 확보가 어려운 탓이다.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될 우려 때문에 이란에는 항공 관련 제재가 쿠바보다도 엄격하게 이뤄졌다. 2015년 핵 협상이 타결되자 이란은 항공 부문 현대화를 추진하며 보잉 등의 항공기를 구매하기로 계약했다. 이란이 주문한 200대의 비행기 중 이달 초까지 비행기 11대가 인도됐다.

그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을 파기하고 제재를 재개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안 좋은 상황으로 흘러가게 됐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제재”를 위협하고 있다. 미국의 제재로 이란의 항공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여객기 사고가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제재에는 사람의 희생이 따른다면서 특히 항공 사고 희생자들은 제재 대상국의 통치자들과 아무 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핵 협정이 시작되기 전에도 이란의 항공기 수리를 허가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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