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할 것은 예측된 시장은 주로 투자자문과 자산운용 부문으로, 현재 은행보다는 증권회사나 자산운용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분야라는 점이다. 다시 말해 고객서비스, 위험 관리, 신용평가, 대출, 보험 등의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 전반으로 범위를 확대한다면 그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실제 국내외 주요 은행들은 AI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대출 계약과 관련한 문서를 분석하고 중요한 부분 및 조항 추출을 목적으로 하는 AI기술 기반의 COIN(Contract Intelligence) 플랫폼을 도입하였다. 연간 1만2000건에 달하는 신용계약에 대한 검토는 수작업으로 약 36만 시간이 소요되지만 COIN 플랫폼을 도입하면 단 몇 초 만에 할 수 있다고 한다.
웰스파고는 올 4월부터 페이스북 메신저를 활용한 AI 챗봇(chatbot) 서비스로 신속한 고객 상담을 가능케 하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또한 ‘에리카(Erica)’라는 이름의 모바일 뱅킹과 결합한 AI 챗봇을 도입하여 24시간 금융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씨티뱅크는 자회사인 씨티벤처스(Citi Ventures)를 통해 부정 방어 회사인 피드자이(Feedzai)에 전략적인 투자를 했다. 피드자이는 AI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금융활동 자료 분석을 통해 사기를 방지하고 상거래에서 고객에 대한 잠재적 위협을 모니터링하는 기업이다.
중국의 경우 중국건설은행의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지점이 눈에 띈다. 4월 상하이에 문을 연 최초의 로봇 자동화 지점으로 얼굴인식, 인공지능, 가상현실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자동화 텔러가 계좌 개설, 송금, 외환거래 등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은행도 올해 들어 AI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케이봇 쌤’, 신한은행의 ‘엠폴리오’, KEB하나은행의 ‘하이로보’, 우리은행의 ‘우리로보알파’ 등이 대표적 AI금융 서비스로 대부분 자산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은행들과 비교하여 서비스 영역이 제한적인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처럼 국내외 은행들은 AI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은 물론, 고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AI기술 활용 증가에 따른 비즈니스 위험이 수반됨을 명심해야 한다. 먼저 은행에서의 AI기술은 방대한 양의 개인 정보 관련 자료가 요구되는데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정보 유출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AI기술을 통해 제공된 서비스가 어떠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나온 것인지’에 대한 분명한 설명이 불가능한 점이 현재로선 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고객들의 개인정보에 대한 신뢰 문제와 정보 유출로 인한 기업의 이미지 훼손 위험도 AI기술 활용에 따른 위험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은행들의 AI기술 활용은 분명 확대될 것이다. 그리고 미국 대형 은행들과 같이 경영 전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AI기술이 활용될 것이다. 따라서 국내 은행도 AI기술 활용에 따른 위험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전문 인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며, 이는 곧 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이제 국내 은행들도 AI 인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