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남북경협주 ‘옥석 가리기’

입력 2018-05-1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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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무 산업1부 기자

▲안경무 산업1부 기자.
지난달 27일 11년 만에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 체제 구축을 약속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비핵화뿐만 아니라 철도 사업 등 남북 경제협력(이하 경협)에 대해서도 폭넓은 논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협에 대한 기대감으로 철도·전력·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의 주가는 급등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해당 기업을 취재해 보면 현재까지는 실체가 없다. 예컨대 A사는 경협 진행 시 철도 사업 입찰 ‘0순위’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A사 관계자는 ‘사업권 문제를 비롯해 경협 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아직 정해진 게 없어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사업권 역시 우리는 모른다”고 답했다. 업체가 영위하는 사업과 직접 관련한 경협에 대해 무책임하게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을 보며, TF 결성 등의 소식을 기대했던 기자 스스로가 민망할 지경이었다.

수년간 재무구조 개선 작업으로 홍역을 치렀던 B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SOC 사업을 영위하는 B사 역시 경협 진행 시 최대의 수혜자로 꼽힌다. 이 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내부 직원과의 모임에서 “경협이 진행되면 우리가 제일 빨리 들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B사 관계자에게 ‘TF 구성 계획은 없는지’ 물었지만, 그 역시 모르쇠로 일관했다. 오히려 기자에게 “(구체적인) 진행이 있어야 TF도 만들고 우리도 움직일 것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이번 남북경협이 예전과는 다르게 기업들이 대거 참여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정부가 발표하는 계획도 예전보다 상당히 구체적인 게 사실이다. 16일 예정됐던 남북 고위급회담이 무기한 연기되는 등 변수가 생기고 있지만, 남북 대화의 큰 흐름은 변화가 없다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그러나 기업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에서 시장만 앞서 나가게 될 경우 주가 급등락 등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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