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매각 1차 승인 마감기한 넘겨…매각 취소할 권리 학보한 도시바, 메모리 사업 다시 품에 안을 궁리
도시바는 지난해 9월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SK하이닉스 등이 이끄는 컨소시엄과 반도체 사업을 2조 엔(약 19조7818억 원)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매각은 중국 반독점 규제 기관의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중국 당국의 승인 절차는 이미 매각 1차 마감 기한인 3월 말을 지났다. 2차 마감 시한은 다음 달 1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중국 규제 당국이 미국 기업과 관련된 인수·합병(M&A)에 대한 승인을 미루면서 도시바도 그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도시바 측은 오히려 이런 상황을 반길 수 있다. 중국 당국의 승인이 미뤄지면서 지난달 1일 도시바는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베인캐피털로부터 취소할 권리를 확보했다. 도시바는 위약금을 내지 않고 매각을 취소할 수 있다. 이는 도시바 수익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반도체 메모리 사업을 팔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매각에 합의한 지난해 9월 이후 도시바의 상황은 이전보다 나아졌다. 헤지펀드 수십 곳이 지난해 11월 도시바에 총 53억 달러(약 5조7187억 원)를 출자했다. 도시바는 자회사였던 웨스팅하우스(WH) 파산에 따른 일부 손실을 만회할 수 있게 됐다. 도시바는 메모리 사업 매각으로 도쿄증시 상장 폐지를 막으려 했으나 증자로 상장 폐지 위기에 몰렸던 사태도 해결했다.
도시바 경영진은 도시바메모리 매각을 철회하고 따로 상장하거나 본사의 일부로 유지하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전부터 일부 도시바 주주들은 베인캐피털과 합의한 2조 엔의 매각액이 너무 낮다며 매각 철회를 주장해왔다. 매각과 연관된 도시바 고위 관계자는 “이번 거래는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현재의 계획은 죽었다”고 말했다. 도시바 주주이자 채권자인 이나가키 세이지 다이치라이프홀딩스 사장은 “우리는 도시바가 매각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없다”고 밝혔다.
매각을 철회하면 도시바는 매각액 180억 달러에서 세금을 제외한 130억 달러의 자금을 손에 쥘 수 없게 된다. 그러나 그 대가로 도시바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 주력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 도시바의 엘리베이터, 에어컨 사업도 이익을 내고 있으나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컴퓨터와 파워시스템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사업도 떠안고 있다. WSJ는 도시바가 차입과 메모리 사업의 주식 일부 매각 또는 신규주식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반도체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도시바의 기업 가치는 현재 240억 달러이며 이는 메모리사업 영업이익의 약 5.7배 수준이다.
구루마타니 노부아키 도시바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반도체가 도시바의 이익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반도체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매년 수십억 달러의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도시바가 반도체 사업을 지원할만한 재정적 기반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매각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지난달 언급했다.
당초 베인캐피털을 포함한 컨소시엄은 3월 말까지 M&A를 마무리하기 원했다. WSJ는 중국 당국의 결정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어 의사결정권들 사이에서 어떠한 변화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은 미국과의 무역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매각 승인을 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달 미국 퀄컴의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업체 NXP세미컨덕트 인수도 승인하지 않고 있다. 퀄컴의 NXP인수, 도시바메모리 매각이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다.
WSJ는 도시바가 수익성이 압도적으로 높은 사업을 팔지 않아도 되는 것은 중국이 준 행운이라면서 중국 당국이 의도하지 않았으나 도시바를 궁지에서 구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