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도 고용도 둔화…반도체 호황 이후를 준비해야”

입력 2018-05-08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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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텀 못 찾는 경제…우려 목소리

경제 버팀목 하던 수출마저 꺾여…반도체, 일자리 창출 산업 아냐

단기적 고용 개선도 기대 힘들어…올해 성장률 3%→2%대 전망도

글로벌 호황을 맞은 반도체를 등에 업고 질주하던 수출 증가세가 1년 6개월 만에 멈춰 섰다. 반도체를 대체할 만한 수출 품목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활황기가 지나면 경제성장률도 주저앉을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전문가들은 산업별 수요 파악을 서둘러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혁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8일 정부 경제부처와 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97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급증했다. 19개월 연속 수출 증가세다.

전체 수출이 500억60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1.5% 감소하며 18개월 만에 꺾인 것과 대조적이다. 반도체가 전체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19.5%에 이른다. 산업생산과 제조업평균가동률, 설비투자, 건설기성, 고용 등 최근 경기를 나타내는 지표들이 일제히 하락하는 가운데 업계 전문가들은 반도체 호황 이후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전반적으로 성장이 완만해지는 모습”이라며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여전히 커서 지난해 하반기 걱정했던 상황이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앞서 KDI는 지난해 말 내놓은 경제전망에서 경기 개선이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한 제조업에 편중돼 나타나면서 우리 경제의 고용도 가시적인 개선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우리 경제의 단기적 경기 개선도 반도체 가격 하락 및 유가 상승 등 교역조건 악화나 주요국 정책 불확실성 등의 위험 요인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같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의 회복세 전망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하회하는 성장 경로를 나타낼 가능성을 안고 있다.

김 부장은 “반도체가 일자리를 늘리는 산업도 아니기 때문에 고용 문제의 빠른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구조조정과 노동시장 개혁 등 이제는 인기 없는 정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경쟁력을 잃어가는 산업을 판별해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투입되는 것을 막으려면 수요 조사부터 다시 해야 한다”면서 “근로자들 때문에 기업이 연명하는 상황이 되지 않게 해야 하는데, 이해관계를 중립적으로 실행력을 담보하는 규제 개혁의 청사진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화정책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고 우리도 인상하는 판단은 안 하고 있지만, 당분간 확장적 기조를 유지하면서 고용 지표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려야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2018년 국내외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진 2.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올해 1분기 중 기저효과로 성장세가 높아졌지만 2분기부터는 전기 대비 1%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했다. 상반기보다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내년에는 2%대 중반 수준까지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 시장의 경우 고령화에 따른 핵심 경제활동 인구의 감소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고용 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드는 가운데 교육서비스와 주택건설 부진으로 노동력에 대한 수요도 둔화하면서 취업자 증가 수는 지난해보다 10만 명가량 줄어든 20만 명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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