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로 인력난 빠진 일본, 농업도 로봇 도입 박차

입력 2018-05-0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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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훗카이도 낙농가, 로봇 도입해 생산성 높여

▲미국과 비교한 일본의 산업별 시간당 노동생산성. 출처 = OECD, 도요대학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인구 감소로 최악의 인력난에 처한 일본에서 농업 분야에까지 자동화·로봇 도입 추세가 빨라지고 있다.

일본은 초고령화·저출산으로 인구 감소가 빠르게 진행 중이며 여기에 노동생산성도 낮다. 2016년 기준으로 일본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7.08달러보다 낮은 41.56달러다. 63.26달러인 미국과 비교하면 3분의 2수준인 셈이다.

일본에서 미국과 비교해 노동생산성이 급격히 떨어지는 분야가 농업이라고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일본 도요대학의 다키자와 미호 경제학 교수는 “평균적으로 미국의 농가 당 평균 생산량이 일본보다 40배 많다”고 평가했다. 가장 큰 이유는 규모다. 일본에서 평균적으로 벼 재배 농가는 수 에이커 규모에 불과하지만, 미국의 옥수수나 밀 재배 농가는 수천 에이커에 달한다.

40년 전 젖소 세 마리를 사들여 일본의 북쪽 지역 섬 홋카이도에 낙농장를 연 게니치 가토(67)씨는 “사는 방식,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어떤 사람들은 자동화가 낙농업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젊은이들은 이곳에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사람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매일 일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며 “로봇 도입은 가족끼리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늘려 가정에 온기를 불어넣는다”고 말했다.

가토씨의 가족이 운영하는 가토농장은 200만 달러(약 21억5400만 원)를 투자해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쌍에 23만 달러짜리 로봇은 90마리 젖소의 착유를 위해 구입했다. 1만8000달러짜리 로봇은 암소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사들였다. 최근 가토농장을 포함해 홋카이도에서는 수백 대의 로봇을 사들이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

완전 로봇식 착유기는 1990년대 유럽에서 처음 사용됐다. 일본에서 사용된 착유 로봇의 수는 지난 2~3년간 두 배가 돼 500대 이상으로 늘어났다. 착유 로봇의 크기는 작은 트럭만 하다. 가토농장은 이 로봇 덕에 인력 투입 없이 우유 생산을 두 배로 늘렸다. 가토씨의 아들 마사하루씨는 4년 전 로봇을 도입하기 전에는 오전 4~9시까지 하루에 5시간 농장에서 일했다. 이제는 하루에 3~4시간 만 농장에서 젖소를 봐주고 나머지 시간에는 5명의 아이를 돌본다.

로봇 도입은 우유 생산을 넘어서 더 많은 부가가치 창출을 할 수 있게 도왔다. 마사하루씨의 여동생 요시는 홋카이도의 상점에서 가토농장의 이름으로 치즈를 판매한다. 마사하루씨는 “로봇을 설치하면서 치즈 같은 낙농 제품 생산에 집중할 시간이 생겼다”며 “가토 농장에서 나는 우유로 버터 같은 다른 유제품도 생산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일본의 모든 산업은 자동화나 로봇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마쓰이 캐시 애널리스트는 “모든 IT 투자는 인간을 기계로 대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과로사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자동화 속도를 높였다. 일본 정부는 과로사를 막는 방편으로 초과 근로를 제한할 것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캐시는 “생산성을 유지하려면 생산력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BoJ)는 지난 2년 동안 각계에서 자동화에 투자한 덕분에 노동 생산성이 개선되고 있으며 올해 회계연도에 노동생산성이 8.1%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전에 필수적으로 인력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작업도 자동화하고 있다. 편의점 체인 로손은 지난달 말부터 고객이 자체적으로 물건을 스캔하고 스마트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쿄에 3개 상점에서 시작했다. 셀프 체크 아웃 기능을 갖춘 슈퍼마켓과 비슷하지만, 아마존의 아마존고처럼 줄 설 필요가 없다는 게 특징이다.

다만 일본의 서비스 산업이나 농장이 미국만큼 생산성을 높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특히 홋카이도 같은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가 심각하다. 2016년 JR훗카이도는 홋카이도 지역의 총 58개 지하철역 중 약 8분의 1가량의 역에서 열차마다 탑승객이 1명 이하라고 밝혔다. JR훗카이도 대변인은 “폐쇄할 역이 많지만, 주민들의 동의가 필요해 닫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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