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망자 92% '경고 징후' 보이지만… 가족 20%만 인지

입력 2018-05-03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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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 10명 중 9명은 사망 전 '죽고싶다'고 말하거나 주변정리를 하는 등 자살 징후를 드러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가족 5명 중 1명만 이런 경고를 인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심리부검센터가 발표한 심리부검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5~2017년 자살사망자 289명 가운데 92.0%인 266명이 언어·행동·정서상태 측면 변화로 자살징후를 드러내는 '경고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자살 유가족의 21.4%만이 고인의 사망 전에 경고신호를 인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고 신호를 인지한 유가족들도 '걱정은 하고 있었지만 자살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36.8%)거나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지만 직접적인 도움은 안됐다'(33.3%),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21.1%)고 되돌아봤다. 전문기관이나 전문가에게 데려갔거나(22.8%) 전문기관 정보를 알려준 경우(12.3%)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경고신호 가운데 언어적으로는 '자살이나 살인, 죽음에 대한 말을 자주함'(83명), '신체적 불편함을 호소'(76명), '자기비하적인 말을 함'(62명)이 많았다.

행동 측면에서는 불면이나 과다수면 등 수면상태가 변하는 경우가 105명으로 가장 많았고 과식·소식이나 체중 증가·감소 등 식사상태 변화(75명), 집중력 저하 및 사소한 일에 대한 결정 어려움(50명) 순이었다.

정서 변화는 죄책감·무기력감·과민함 등 감정상태 변화가 107명, 무기력·대인기피·흥미상실이 76명 등이었다.

자살사망자 가운데 36.0%는 약물·알코올을 남용하거나 충동구매, 무분별한 성행위, 과속운전 등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거나 자살시도(35.6%), 자해(12.8%) 등을 한 적이 있었다.

자살사망자의 스트레스 요인(복수응답)은 △정신건강 문제(87.5%) △가족관계(64.0%) △경제적 문제(60.9%) △직업 관련 문제(53.6%) 순이었다.

경제적 문제로는 △부채(71.0%) △수입감소(32.4%)가 주를 이뤘고, 부채 발생 사유는 생활비 충당(24.8%), 주택구매(21.6%), 사업자금 마련(20.8%) 등이었다.

자살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스트레스 요인은 연령별로 차이가 있었다.

청년기(19~34세) 자살자는 연애관계(27.5%)·학업 스트레스(13.85)가 높았고, 성인기 이전에 부정적 사건을 경험한 비율(51.3%)도 타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중년기(35~49세)에는 직업 스트레스(59.4%)와 경제문제 스트레스(69.8%)가 큰 영향을 미쳤고, 특히 주택 관련 부채로 인한 스트레스가 컸다.

장년기(50~64세) 자살자는 직장 스트레스(59.7%)와 실업 상태로 인한 문제 및 경제적 문제 스트레스(64.9%)가 컸다. 정신건강 문제로 치료·상담받은 비율(59.7%)과 과거 자살시도 경험률(48.1%)도 높았다.

노년기(65세 이상) 자살은 신체건강과 관련한 스트레스(80.6%)의 영향이 컸고, 혼자 지내거나 친구가 1~3명밖에 없는 등 사회적 관계가 취약한 경우가 많았다.

자살유가족 352명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 사건 발생 후 일상생활의 변화와 더불어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족 대부분(80.1%)은 우울감을 느끼고, 이 중 95명(27.0%)은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수면문제(36.4%)나 음주문제(33.8%)를 경험하는 유가족도 많았다.

심리부검 면담에 참여한 유가족의 63.6%는 고인이 자살로 숨진 일을 사실대로 알리지 못한 적이 있다고 했다. 자살에 대한 부정적 편견 때문이거나 이 같은 사실을 들을 상대방의 충격을 걱정해서, 유족을 비난할까봐, 고인의 자살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다른 가족이 자살을 따라 할까봐 등이 이유였다.

복지부는 심리부검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1월 수립한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다시 점검하기로 했다. 우선 가족이나 친구, 이웃 등이 '경고신호'를 신속하게 파악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자살예방 게이트 키퍼' 교육 프로그램을 보강하기로 했다.

정부는 자살 유가족을 지원하기 위해 협조체계를 강화한다. 경찰청 자살 사건 수사 시 유가족에게 정부 지원, 복지서비스 안내 등이 담긴 홍보물을 제공하고, 복지부는 유가족 심리상담과 치료비 지원을 강화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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