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CF, 자의적 도출 가능 '신뢰성 높지 않아…바이오젠 보유 에피스 콜옵션 가치 '0' 평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의 합작으로 만든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의 기업 평가 방법과 콜옵션 가치가 쟁점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분식회계 근거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의적으로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점을 꼽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에피스 지분 대부분을 보유 지배력을 유지하면 종속회사, 그렇지 않으면 관계회사가 된다. 관계회사가 되면 해당 회사의 지분 가치를 장부가격에서 공정가치(시장가격)로 바꿔야 한다. 에피스는 관계회사로 변경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뛰었고 이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 , 제일모직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것이 이번 분식회계 의혹 현안의 쟁점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애초에 에피스의 기업 가치 산정 역시 신뢰성이 높지 않다는 지적을 시민단체 등에서 제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반영한 현금흐름할인법(DCF) 자체가 신뢰성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DCF는 현금흐름의 미래를 추정하고 그 기업에 적용되는 할인율을 구해 현재 가치를 추산하는 방식이다. 안진회계법인은 해당 방식에 따라 2015년 말 에피스를 4억8085억 원으로 평가했다. 한영회계법인은 같은 방식으로 2016년 상반기 이 회사 가치를 4조9342억 원으로 봤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희망 공모가액을 산정하는 데 사용되지 않았다. 증권사가 희망 공모가액 산정에 쓸 수 없는 자료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회계장부에 반영한 셈이다.
만약 에피스의 기업 가치 자체가 부풀려졌다면 기존 삼성의 논리 자체가 힘을 잃는다. 삼성 측은 '에피스의 기업가치 상승→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가능성 증가→바이오젠 잠재 의결권 실질 권리로 변경→에피스 지배력 상실'이라는 연역 논리를 펼쳤다. 이 연역 논리의 첫 출발인 에피스 기업가치가 산정에 문제가 있다면 모든 과정이 헝클어진다.
바이오젠이 보유한 에피스 콜옵션 권리의 가치 평가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다. 바이오젠은 에피스의 지분 41.2%를 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삼성 측이 에피스의 기업 가치가 증가하는 것으로 봤다면 바이오젠의 옵션 가치도 늘어야 한다. 그러나 바이오젠은 2016년부터 최근까지 장부에 에피스의 가치를 ‘0’으로 적용하고 있다. 기존에는 손실로 반영하다가 손실액이 장부가액을 넘어서자 그 이후부터는 '0'으로 판단했다.
이처럼 삼성과 바이오젠의 에피스에 대한 판단이 각기 다른 것 역시 향후 분식회계 여부를 규명하는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심병화 삼성바이오로직스 상무는 2일 “상장 시 모든 회계처리는 철저하게 검증해 삼정·안진·삼일 등 3대 회계법인으로부터 적정성을 인정받았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의로’ 회계를 조작해야 할 동기가 없으며 이로 인한 실익도 전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