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ZTE가 타깃…미 국방부, 양사 스마트폰 군 기지 판매 금지 조치도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국가안보상의 우려를 이유로 중국 기업의 미국 내 통신장비 판매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 양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를 미국 시장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 당국자들은 중국 정부가 제조업체들에 통신장비를 통한 스파이활동과 해킹 등을 명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새 행정명령은 수주 안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제한 범위 등에 관한 결정이 남았으며 미국 정부와 거래하는 기업에 국가안보 위험이 있는 업체가 만든 통신장비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안이 고려되고 있다.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현시점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화웨이와 ZTE 측은 미국이 우려하는 일이 절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화웨이는 행정명령 가능성을 언급하지는 않으면서도 보안과 프라이버시가 회사의 핵심 우선순위라고 밝혔다. 화웨이 대변인은 “화웨이의 제품은 전 세계 170개국에서 판매되며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보안, 개인정보보호, 엔지니어링에 대한 최고 기준을 충족한다”면서 “우리는 모든 일에서 개방성과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이를 해치지 않았다고 분명히 밝히고 싶다”고 말했다.
새로운 행정명령에 대한 소식은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 등 미국 경제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하기에 앞서 보도됐다. 통신장비 문제는 양국 교역에서도 큰 쟁점이다. 미국 관계자들은 차세대 이동통신망인 5G 개발 경쟁에서 중국을 이길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에 중국 업체에 대한 견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미 상무부는 ZTE에 대해 북한과 이란에 대한 제재 위반을 이유로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화웨이도 유사한 혐의로 미 법무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미 행정부는 중국으로의 기술 이전을 제한하는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이와 별도로 베스트바이는 최근 미국에서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 당국자들은 미국의 제재 강도가 세지자 보복 조치를 시사했다.
한편 이날 미 국방부는 전 세계 미군기지 내에서 화웨이와 ZTE 스마트폰 판매를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데이브 이스트번 국방부 대변인은 성명에서 “화웨이와 ZTE의 기기는 국방부의 직원, 정보와 임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일으킬 수 있다”면서 “계속 판매하는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은 화웨이나 ZTE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군인의 행방을 중국 정부가 추적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미 의회는 2012년 화웨이와 ZTE의 통신장비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방부에 이들 제품의 조달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지난 2월 연방수사국(FBI)과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국방정보국(DIA), 국가지리정보국(NGA) 등 5개 정보기관 국장은 상원에서 미국인이 화웨이, ZTE 제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위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상대로 한 미국의 제재는 5G 시대를 앞두고 중국에 주도권을 넘길 수 없다는 의도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화웨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선장비 공급업체이자 세계 3위 스마트폰 공급업체이다. ZTE는 미국 스마트폰 판매량 4위를 차지하고 있다. WSJ는 미국이 5G 기술을 개발하고 실현해 전 세계를 장악하려는 중국의 열망을 막으려 한다면서 행정명령이 발표되면 기술과 통신에 대한 양국의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