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사업확장과 핵심 원재료 수입 규제가 발목 잡아…구조조정 지원협약 체결
깁슨은 이날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내며 부채의 범위가 최대 5억 달러(약 5365억 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회사는 파산 절차 도중에도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 기존 관리인 유지제도(DIP)를 통해 1억35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다고 밝혔다. 깁슨은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최대 주주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구조조정 지원 협약’도 체결했다.
올해 만기가 되는 깁슨의 선순위 담보 채권 지분 69% 이상을 실버포인트캐피탈, 멜로디캐피탈파트너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사모펀드들이 소유하고 있다. 구조조정 지원 협약으로 인해 헨리 저스키위츠 깁슨 최고경영자(CEO)의 지분 36%와 데이비드 베리먼 깁슨 회장의 지분 49%는 사라지게 된다.
저스키위츠 CEO와 베리먼 회장은 지난 3월 KKR과 경영 계획 변경에 합의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달 결국 여러 당사자에 대한 현저한 견해 차이로 인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발표했다. 두 사람은 구조조정 이후에도 원활한 이행을 돕기 위해 계속 남아있겠다고 밝혔다.
깁슨의 경영난에는 두 가지 악재가 작용했다. 첫 번째 원인은 무리한 사업확장이다. 2014년 깁슨은 네덜란드 기업 필립스로부터 오디오 및 홈엔터테인먼트 사업부를 1억3500만 달러에 사들였지만, 컴퓨터 음악의 흐름을 넘지 못했다. 깁슨은 헤드폰과 하이파이 사업이 세계 최고의 라이프스타일 음악 회사로의 전환을 도울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국 4년 전의 인수는 계속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
기타의 주재료인 로즈우드 수입이 어려워진 것도 경영난을 가중시켰다. 2017년 시행된 워싱턴 야생동식물 거래규제협약(CITES)의 규정으로 인해 깁슨은 최고급 기타 재료인 로즈우드 수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미 2012년 깁슨은 흑단과 로즈우드를 불법 수입했다는 혐의로 미국 법무부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무리한 사업확장과 규제 강화가 깁슨의 ‘이자 비용과 세금, 감가상각비용을 빼기 전 순이익(EBITDA)’이 반토막 나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평가했다.
깁슨은 고객들과 공급업체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스키위츠 CEO는 “지난 12개월 동안 우리는 조직 구조조정을 통해 상당한 발전을 이뤄냈다”며 “우리는 비핵심 사업을 매도해 수입을 늘리면서 자본 수요를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핵심 사업인 악기에 다시 집중하기로 한 결정은 깁슨의 장기적인 안정성과 재정 건전성을 보장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