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뇌관 옥죄기] ‘자영업자’로 둔갑한 ‘가계대출’… 더 깐깐한 규제 불렀다

입력 2018-05-0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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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금리 상승기를 우려해 가계대출의 고삐를 더 옥죄기로 했다. 1월 신(新)DTI 시행에 이어 3월부터는 마이너스 통장이나 자동차 할부금까지 대출 한도에 반영하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은행권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하반기부터는 DSR 등의 대출규제가 2금융권으로 확대되면서 전방위적 가계대출 규제에 돌입한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에 대한 점검 강화와 보험사의 지급여력(RBC) 비율 산출 시 가계대출 위험계수를 은행권 수준으로 상향 조정한다.

◇가계대출 풍선효과…자영업자 대출도 규제 = 한국은행이 집계한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3월 말 기준 295조6000억 원으로 한 달 사이에 2조9000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1분기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도 6조8000억 원으로 한은이 통계를 집계한 2005년 이후로 1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금융감독원은 자영업자 대출 급증의 원인 중 하나로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를 꼽는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강화와 신DTI 도입 등으로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자영업자들이 운전자금으로 대출을 받아 부동산 투자에 나서는 등 규제회피적 대출을 통해 유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은행뿐만 아니라 상호금융의 자영업자 대출도 보다 깐깐하게 규제한다는 방침이다.

농·수·신협 등 상호금융권의 경우 용도 외 유용 사후점검 기준을 현재 건당 대출금액 2억 원 이상에서 1억 원 이상으로 변경하고, 점검 기간을 대출 취급 후 6개월 이내에서 3개월 이내로 앞당기는 방안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또 연 20%가 넘는 저축은행의 가계신용대출 금리에 대한 손질에도 나서고 있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가계대출도 묶는다. 금감원은 보험사들의 RBC 비율 산출 시 가계대출 위험계수를 은행권 수준으로의 상향 조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하반기 DSR 시범운영…2금융권에도 도입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 차원에서 하반기부터 DSR와 개인사업자 대출 가이드라인, 예대율 규제 등을 제2금융권에 도입하기로 했다. DSR는 7월 시범 운영을 시작해 내년 상반기부터 관리지표로 적용한다. 은행권이 3월에 시범 운영을 시작해 10월에 지표를 도입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시차를 두고 따라가는 것이다.

개인사업자대출 가이드라인은 상호금융업권에 7월부터, 저축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에는 10월부터 각각 적용할 예정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가이드라인은 금융회사가 대출규모나 대출증가율 등을 고려해 자체 관리대상 업종을 3개 이상 선정하고 업종별 여신한도를 설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가계대출 위험 가중치를 높이고 기업대출 가중치를 낮춘 예대율 규제는 2020년부터 저축은행에 적용하기로 했다.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각 금융업권·금융회사별로 대출 관리목표를 수립하고 목표 이행도 독려한다.

◇대출 급증 금융사 ‘집중관리’…적격대출 공급액 축소= 대출규모가 계획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금융사는 집중 관리회사로 선정해 별도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주택금융공사의 장기·고정금리 상품인 적격대출 상품 공급을 매년 1조 원씩 줄이고, 적격대출 배정액을 커버드본드 발행실적과 연계하는 방안도 실행하기로 했다.

은행이 적격대출 취급분을 주택금융공사에 양도하고 이 대금으로 다시 신규 주택대출을 취급하면서 가계부채 증가 요인이 된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다. 이런 측면에서 적격대출 공급액을 지난해 12조 원에서 올해 11조 원으로 줄이고, 11조 원 중 6조 원은 해당 은행의 커버드본드 발행 실적과 연계하기로 했다.

◇금융회사별 여신심사 기준 12월 마련…현장검사 강화 = 금융당국은 금융권 여신심사 시스템도 강화하기로 했다. 차주연령과 대출 기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금융회사별 여신심사 기준을 12월까지 마련할 예정이다.

장래 소득을 증액하는 기준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점검하고, 대출규제를 우회하는 대출 현장 점검도 강화한다. 대출자가 대출을 갚을 수 없을 때 상환 책임을 해당 담보물로 한정하는 비소구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12월부터 보금자리론이나 적격대출 등 주택금융공사 상품에 우선 도입한 후 민간 은행으로 확산키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는 금융·부동산·소비 등이 모두 연결된 복합적 문제이므로 긴 호흡으로 일관성 있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가계부채 리스크가 우리 경제 부담이 되지 않도록 세심하고 일관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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