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1일 이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상반기 중 혁신 벤처기업들의 북한 진출 방안을 마련해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입주기업 124곳 중 대부분은 북한의 값싼 인건비를 활용한 노동집약적 경공업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섬유봉제업체가 73곳으로 가장 많고 일부 전기·전자와 화학·플라스틱 업체가 있으며 소프트웨어 제작업체도 1곳 있었지만 업종을 변경했다.
안 회장은 “북한에는 벤처 생태계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전혀 새로운 세상을 제안해야 한다고 본다”면서 “북한도 소중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 중인 경협의 분야에 대해서는 “IT 분야를 포함해 혁신벤처 생태계 전반에 관한 것”이면서도 정부에 건의할 경제협력 방식이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준비가 덜 됐다”며 말을 아꼈다.
이 같은 안 회장의 생각은 정부가 추진 중인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100대 국정 현안 과제’를 통해 남북경협의 청사진으로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제시한 데 이어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개성 연락사무소 설치 등 경협 재개를 암시하는 내용의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냈다. 정부는 이번달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후 경협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현재 개성공단의 국제화나 남측 파주지역에 제2공단을 설립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안 회장의 발언은 개성공단 국제화나 남측 제2공단 경협이 가동된다면 벤처기업이 선제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벤처기업계가 경협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게 되면 경공업 중심의 제조업으로 이뤄진 기존 경협도 한 발짝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제2공단으로 거론되는 파주 지역은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이노텍 등이 이미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기에 안 회장의 말대로 남북경협이 ‘고차원적인 산업’으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안 회장은 “벤처기업계가 남북 경제협력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북한의 강점과 결합해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며 “국내 혁신벤처들이 북한에 진출할 수 있는 무대가 생긴다면 남북경협의 고도화는 물론 북한 내에 혁신기업가 정신도 전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